'대포군단' 삼성…올해는 홈런 '가뭄'

입력 2005-08-11 14:00:30

'안 치나, 못 치나'

삼성 라이온즈가 올 시즌 지독한 홈런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은 98경기를 치른 현재 홈런 77개로 경기당 0.78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90년대 이후 96년(경기당 0.69개)을 제외하고 경기당 최소 홈런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팀 홈런 순위도 한화(116개), 현대(107개), SK(101개), LG(82개)에 이어 기아(77개)와 함께 공동 6위에 그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공할 장타력을 보유한 삼성으로선 당혹스러울 만큼 홈런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셈.

삼성은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난해까지 2천856개의 홈런을 기록, 2위 기아(2천490개)에 비해 400개 가까이 더 많은 홈런을 터뜨려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 팀 내 역대 홈런 '베스트 5'는 이승엽(324개.9시즌), 이만수(252개.16시즌), 양준혁(233개.10시즌), 김한수(131개.12시즌), 김성래(122개.13시즌) 등으로 이들의 홈런포에 힘입어 삼성은 지난해까지 23시즌 동안 10시즌에 걸쳐 팀 홈런 1위에 올랐다. 이승엽(54개), 스미스(40개), 김기태(28개)가 홈런포를 과시한 1999년과 이승엽(56개), 마해영(38개), 양준혁(33개)이 주축이 됐던 2003년에는 각각 207개와 213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가공할 힘을 과시했다.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 롯데 지바 마린스로 이적하고 주포 마해영이 기아타이거스로 이적해 해결사 부재라는 부담을 안았던 지난해에도 133경기에서 132개의 홈런(5위)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 검증된 거포 심정수를 영입하고도 홈런 수에서는 타 팀에 열세에 놓였있다. 현재 심정수는 홈런 19개에 그치고 있고 양준혁(11개), 김한수(7개), 진갑용(6개) 등 장타자들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올 시즌에는 홈 경기(35개)보다 원정 경기(42개)에서 홈런이 더 많이 터지면서 지역 팬들이 느끼는 체감 홈런 수는 더욱 적어졌다. 역대 홈 경기보다 원정 경기에서 홈런이 많았던 때는 85년(46-51)이 유일했다. 반면 90년에는 홈 경기(93개) 홈런 수가 원정 경기(28개)에 비해 3.3배나 많아 지역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홈런 맛에 익숙해져 있는 지역 팬들은 "올 시즌 삼성 야구가 재미없어졌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방송 정현발 해설위원은 "정상급 선수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파워가 대체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일부 팬들은 선동열 감독이 추구하는 '지키는 야구'가 전통적인 파워 배팅을 구사하는 삼성의 팀 컬러를 소총부대로 변모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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