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정착촌 철수 반대 대규모 기도회

입력 2005-08-11 14:24:26

이-팔軍 비상태세 돌입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철수가 임박하면서 이스라엘 군과 팔레스타인 보안군은 10일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팔레스타인 땅인 가자를 점령해 식민 정착촌을 건설해 온 이스라엘은 38년 전으로 역사를 되돌리는 작업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큰 유혈사태라도 발생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반세기가 넘는 분쟁을 역사 속으로 묻어버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주민들은 짐싸면서도 저항 다짐=가자지구 21개 정착촌 주민 8천여 명에게는 오는 14일 자정까지 집을 떠나라는 퇴거명령이 이미 내려졌다. 이스라엘 군은 15, 16일 이틀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17일부터는 유대인 정착촌을 가자지구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한 강제 철거 작전에 들어간다.

일부 극우 유대교 율법학자들이 퇴거명령을 거부하라고 종용하는 등 이스라엘 내부의 반발정서가 여전히 팽배하지만 정착민들은 강제퇴거 시한이 다가오면서 철수에 대비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유대인 221명이 살고 있는 농업공동체 모라크의 경우 10일 이삿짐 수송용 컨테이터 최소 20대가 마을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야코브 샤브릴라(47)는 "농사일을 그만뒀다. 군인들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면서"쫓아낼 때까지 남아 있겠지만 살림살이를 잃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은 자진 철수를 유도하기 위해 시한 내에 새 주거지로 옮기는 정착민들에게는 이사 지원을 해 주되 끝까지 저항하는 주민에게는 이주보상금을 삭감하는 등의 벌칙을 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수만 명의 유대인들은 이날 예루살렘의 올드시티에서 정착촌 철수에 반대하는 대규모 기도회를 열었다.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공조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날 정착민 철수 후의 잔해 처리 방식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모처럼 공조를 과시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착민 거주지의 1차 철거작업은 이스라엘이 맡고, 최종 잔해 정리는 세계은행 감독 하에 이집트나 팔레스타인 업체들이 진행하게 된다.

또 건축폐기물은 재활용되거나 이집트 또는 가자지역에 매설된다. 처리방식을 놓고 논란이 일었던 유독물질은 이스라엘이 수거해 처리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 철수가 무장 저항세력의 방해를 받지 않고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요로에 보안군 5천여 명을 배치키로 하는 등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일부 언론들은 팔레스타인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 측과의 합의에 따라 병력배치를 결정했다며 팔레스타인 보안군의 주된 임무는 하마스나 이슬람 지하드 같은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공격을 봉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9일 정착촌 철수가 평화적으로 진행돼야 팔레스타인 독립국 출범에 대한 세계 여론의 지지가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폭력자제를 촉구했다.

◇이스라엘 내홍 심화 = 아리엘 샤론 총리의 정착촌 철수 정책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던진 베냐민 네타냐후 전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연설을 통해 철수정책에 대한 공격을 계속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샤론 총리를 밀어내고 집권 리쿠드당을 장악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네타냐후는 "의원들만이 이 사악한 짓(정착촌 철수)을 멈추게 할 수 있다"며 의원들에게 철수작업을 막으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독립된 테러기지가 생기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등의 극단적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샤론 총리의 철수 정책을 공격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론이 샤론 총리에게 불리한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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