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 이강철'…공공기관 유치 '전위대'(?)

입력 2005-08-11 10:43:55

다음달 말로 예정된 공공기관 입지 선정을 앞두고 대구의 구·군청 유치위원회가 저마다 서로 여·야의 실력자들에게 자기 지역이 선정되도록 지원 요청을 하고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공공기관이 이전돼 혁신도시가 만들어지면 자신의 구·군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보고 사활을 건 '고공 정치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

달성군은 10일 박경호 달성군수, 표명찬 군의회 의장과 의원 등 20여 명으로 방문단을 구성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만났다.

방문단은 이 자리에서 대전-대구-광주의 연구개발 트라이앵글 발전 계획을 원용, 현풍-대덕-광주를 과학중심 혁신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달성에 공공기관을 이전하고, DGIST 예산이 차질없이 확보되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방문단은 "해당 공공기관 관계자들도 달성으로의 이전을 원한다"는 주장도 했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반대한 만큼 나서서 지원하는 것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표는 다만 "내 지역구인데 왜 돕지 않겠느냐"며 "뒤에서 도울 만큼 도울테니 힘을 합쳐 잘해보자고 말했다"고 표명찬 달성군의장이 전했다.

방문단은 또 박종근 국회 재경위원장, 이해봉 과기정위 위원장, 서상기 과기정위 한나라당 간사와의 면담도 요청했으나 외유 등으로 만나지 못했다.'고공 정치 게임'에는 동구도 가세할 움직임이다.

'공공기관 동구유치를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는 오는 16일 우동기(영남대 총장), 박태범(불로성당 신부), 정묵(갓바위 선본사 주지), 정광화(동촌교회 목사) 등 상임공동대표 4명과 이훈 동구청장, 류상락 추진위원장 등 10여 명의 방문단을 구성해 이강철(李康哲)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찾아 공공기관 동구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정부·여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동구 추진위는 청와대 방문에서 '공공기관 동구 유치를 위한 대정부 요청서'와 동구 주민들의 서명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는 이 수석이 지난 총선 때 출마했던 지역. 게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아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는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 재선거가 치러질 경우 이 수석이 다시 출마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곳이다.

이처럼 달성군에 이어 동구도 자신들의 지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여·야 실력자에게 적극 매달리는 것은 공공기관의 입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때문.

대구의 혁신도시 유치 경쟁은 한때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이 낙동강개발 프로젝트의 차원에서 달성 현풍을 적극 밀어 '끝난 게임'으로 비쳐지는 듯했다. 하지만 정부 일각과 이전 대상 공공기관에서 '대구까지 가는데 고속철도로 1시간 40분 걸리는데 대구서 차량으로 1시간 걸리는 곳에 혁신도시를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는 기류가 없지 않고, 조 시장도 '현풍 적극 지지' 입장에서 최근 한발 물러서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달성군에 이어 동구와 수성구 등도 적극 나서면서 지금은 어느 구·군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구·군의 유치 경쟁이 대구를 대표하는 여·야 정치인의 대결(?)로 비춰지는 듯해 곤혹스럽다"면서 "유치위원회마다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겠지만 공공기관의 입지 결정은 정치적 입김에 의해 좌우될 성질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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