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땅에 희망의 씨앗 뿌려요"

입력 2005-08-11 10:54:33

동티모르 유소년축구선수단 감독 김신환씨

"오랜 식민통치에서 벗어나자마자 내전을 겪었고 끼니 거르기를 예사로 하는 모습이 제 어렸을 때와 같고 어린이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며 주먹을 쥐어 보이는 모습에서 희망이 보여요."

11일 경주에서 개막한 눈높이컵 전국 초등학교 축구대회에 출전한 223개 팀 가운데 눈길을 끄는 팀이 있다.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한 동티모르 선수단. 이 팀 감독은 한국인 김신환(48)씨다. 고교와 실업팀에서 잠시 선수생활을 한 그는 국내에서 유명세를 떨치지 못했지만 동티모르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절망의 땅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영웅' 으로 불린다.

김씨가 동티모르를 처음 찾은 것은 2001년 초. 사업거리를 찾기 위해 수 차례 들락거렸으나 내전의 상흔과 기아에 허덕이는 현지인들을 보고는 철수했다. 이듬해 그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동티모르를 갔다가 현지인들의 축구하는 모습에 생각을 바꿨다.

애, 어른 가리지 않고 끼니를 걸러도 축구공만 있으면 마냥 행복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팀을 구성해 훈련에 들어간 지 몇 달, 명색이 선수인데 밥을 먹는 것보다 굶을 때가 더 많았다. 그러기를 1년 여, 김씨가 이끄는 팀은 2004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서 우승이라는 기적을 일궈냈고 올해 2연패 신화를 창조했다.

"가장 신경쓰는 거요? 애들 거둬 먹이는 거죠." 이번 경주대회에 출전한 24명의 선수단은 경기도 안산에서 현지적응 훈련을 하는 동안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숙식을 해결했다.

"우리 선수들 거의 전원이 빈혈환자입니다. 얼마 전에는 한국 의료지원단에게 떼를 써서 빈혈약을 구해다 먹였는데 그 이후 4개월 만에 아이들의 평균 신장이 4㎝나 컸어요."

내전에서 엄마를 잃은 아제이(11), 아버지의 전사와 엄마의 재혼으로 고아가 돼버린 지뚜(12) 등 선수 전원이 말 못할 사연 한 가지씩을 갖고 있다. "어려울 때는 스포츠가 희망이죠. 현지에 축구학교를 세우는 게 목표입니다. 한국민들의 지원을 기대합니다."

김 감독은 광복 60주년을 맞은 고국의 모습에서 20, 30년 뒤 동티모르의 미래를 찾는 듯 희망에 가득찼다.

경주·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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