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원망스럽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고 있는 2005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가 사상 최악의 악천후에 연일 한숨을 짓고 있다.
10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여자 원반던지기, 남자 200m 2라운드 등 3경기가 연기된 데 이어 대회 5일째인 11일에도 강풍이 불어 이번 대회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이 13일 새벽으로 연기됐다.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의 도약을 지켜보려던 팬들은 이틀을 더 기다리게 됐다며 불만에 찬 표정이다.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선수들의 기록도 동반 추락했다.
이날 오전 남자 110m 허들 예선에서 미국의 베테랑 허들 스타 알렌 존슨은 예선 통과 기록이 13초92로 자신의 최고기록에 비해 1초나 뒤졌다.
기온이 떨어지면 장거리를 제외하고는 기록에 나쁜 영향을 주는데다 도약과 투척 종목은 빗물이 남아 도약 주로와 투척 서클이 미끄럽기 때문에 몸에 제대로 파워를 실을 수 없다고 한다.
바람도 기록 인정 기준인 초속 2m를 넘어 애써 트랙경기에서 기록을 낸다고 해도 공인을 받기 어려운 상황.
기상 악화로 대회가 차질을 빚은 것은 지난 83년 1회 헬싱키 대회와 87년 2회 로마 대회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헬무트 디겔 국제육상연맹(IAAF) 부회장은 "날씨가 나쁘지만 어차피 조건은 모든 선수들에게 동일하다. 대회를 무사히 마치기 위해 좀 더 일찍 경기를 시작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개막한 이번 대회는 매일 저녁 비가 내려 선수들이 우중 레이스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10일 새벽에는 시내에 물이 1m까지 고일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는데 현지 언론도 경기 기사 대신 물에 잠긴 트랙을 일제히 톱 사진으로 실었다.
해상에는 바람에 더 세게 불어 인근 에스토니아로 날아가던 헬기가 강풍에 추락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경기가 지연되자 기다리던 선수들도 지칠대로 지쳤다.
남자 3,000m 장애물에서 우승한 케냐 출신의 귀화 선수 사이프 사에드 샤힌(카타르)은 대기실에서 쭈그리고 앉아 1시간30분 동안 졸고 있다가 뛰쳐나와 레이스를 펼쳤다.
더 나쁜 소식은 폐막일인 14일까지 날씨가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일기 예보.
조직위는 매일 3만명의 팬들이 오전, 오후로 나눠 꽉꽉 차고 있는 스타디움을 바라보면 흐뭇하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면 얼굴이 찌푸려진다.
한국 선수단도 악천후 걱정을 하기는 마찬가지.
추운 나라이지만 8월이니까 그래도 여름이겠지라는 생각으로 헬싱키에 온 선수단은 이상저온이 이어지자 선수들이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긴 팔 트레이닝복을 가져왔지만 얇은 옷이라 현지 백화점에 두꺼운 옷 몇 벌을 사러나가기도.
12일 새벽 남자 800m에 출전하는 이재훈(고양시청)은 더운 날씨에 잘 뛰는 스타일이라 준결승 진출을 목표로 잡은 이진일 코치의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이 코치는 "기온이 이렇게 떨어지면 워밍업을 10-20분 더 하는 수 밖에 없다. 오래 준비를 했는데 날씨 때문에 일을 그르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꼼꼼히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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