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국과 수교한 지 꼭 13년이다. 그 동안 양국간 경제관계는 규모와 질 모두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대상국이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우리나라 기업의 직접투자액이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현지 업체들과의 수직적'수평적 분업관계도 확대 심화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명실공히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이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국관계의 본질도 급속히 변하고 있다. 처음엔 우리의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협력' 중심으로 출발하였으나, 이제는 대등한 입장에서의 '경쟁' 위주로 바뀌었다. 그런데 중국경제의 위상 강화를 감안하면 앞으로는 오히려 우리가 끌려가는 관계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일어난 몇 가지 사건들은 중국경제가 이미 세계적 위상을 확보하였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먼저, 위안화 절상이다. 한 국가의 통화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력을 반영하는 만큼 위안화 절상은 그 자체로서도 중국의 경제력 강화를 의미한다. 게다가 절상이 이루어지는 과정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중국의 대규모 무역흑자를 이유로 위안화를 15~40% 이상 절상하도록 요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의 수출을 제한하는 많은 법률안들을 준비했다. 그러나 중국은 절상의 충격이 최소화되는 시점에 불과 2% 절상했다. 앞으로 위안화가 5~10% 추가 절상되겠지만 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외부, 특히 미국의 압력에 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둘째, 지난해부터 경험하고 있는 중국발 자원대란이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석유를 소비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철강생산국이다. 석유를 비롯해 보유 자원이 많지만, 경제성장 및 소비증가 속도가 워낙 빨라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의 수입을 본격화하자마자 세계 전체가 자원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셋째,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중국기업의 해외투자(走出去) 및 선진기업 M&A이다. 중국은 6천억 달러가 넘는 보유 외환을 기초로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이닉스의 LCD 자회사인 하이디스, 인천정유, 쌍용자동차 등이 중국기업에 의해 인수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 인수를 둘러싸고 미국과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느낌이다. 대표적 사건이 중국해양석유유한공사(CNOOC)가 미국 9위 석유업체인 유노칼을 인수하려던 시도. CNOOC는 경쟁자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여론과 정치권의 '중국위협론'에 밀려 유노칼 인수를 포기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인도를 중국 견제에 활용하기 시작한 정황이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싱 인도총리는 이례적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양원 합동연설, 국빈 만찬 대접, 만찬장 장식 및 요리 등 모든 것들이 지나치게 극진하여 화제가 됐다. 인도가 갑자기 중요해졌다기보다 장기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중국경제의 위상이 이처럼 강화했다면, 우리나라의 대중 관계도 이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 중국경제의 영향력과 위상을 인정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과의 '경쟁' 측면에서는 가격이나 물량 중심의 단순 경쟁에서 벗어나 확실한 경쟁자산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기술을 활용한 주력산업의 구조고도화, 기술격차 확대, 고급인력 확충 등이 긴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잘 구축함으로써 상생의 여건을 확충하는 것이다. 제조업 부문에서는 철강을 비롯한 부품'소재에서의 우위를 유지하여 수직적 분업관계를 확대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다. 자원개발에서의 협력이나 물류, 유통 등 제조업 지원서비스 부문의 육성도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박기홍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 소장
△ 1958년 부산 생
△ 서울대 경제학과 졸, 뉴욕주립대(SUNY at Buffalo) 경제학 박사
△ 산업연구원 부원장, 디지털경제센터 소장, 고려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국민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 현 포스코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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