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우리는 독도영유권 문제로 불편한 마음으로 일본을 바라보고 있다. 35년간 일제의 식민통치하에서 신음을 한 우리 민족으로서 동해표기, 독도, 신사참배 문제 등을 겪으며 일본과의 진정한 관계개선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우리의 대일 감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좋지 않다. 우리는 이제까지 일본이면 무조건 싫고, 일본보다 문화적으로 나으니 일본을 바로 볼 필요조차도 없다는 식으로 감정적으로 일본을 대해 왔다. 이제 광복 60주년을 맞아 우리는 냉철히 일본을 인식하고 일본의 대외전략과 대한반도 전략 등을 꼼꼼히 살펴 대응책을 새롭게 마련해야 할 시점에 왔다.
일본은 19세기 후반 메이지유신 이후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며 당시 서구의 대외정책을 본따서 아시아의 패권(覇權)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대외정책을 실시해 왔다. 이러한 패귄주의 논리는 '아시아를 벗어나 구주로(脫亞入歐)'라는 슬로건 하에 아시아에서 일본이 지도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탈아시아론'(脫亞論)과 일본이 아시아의 중심이 되는 '아시아 연대론'이라는 이중적 정책으로 반영되었다. 이는 또한 일본의 지도 아래 아시아인들의 종적인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아시아 맹주론'과 '대동아공영권'으로 귀결되었고, 이를 위해 일본은 강력한 군국주의의 실시와 과거 서구 제국주의국가들과 같이 아시아 각국에 제국주의 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그 결과가 한반도와 중국, 동남아 지역으로의 침탈로 나타났다.
전후 일본은 1947년 '평화헌법'을 제정하고 전쟁포기와 군대 보유 및 교전권을 금하였고, 미'일 안전보장체제를 기반으로 미국의 테두리 안에서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측면에서보다 경제적인 발전에 치중하였다. 그러나 일본의 정책 기조에서 볼 때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없는 한 일본의 아시아 패권추구가 끝났다고는 결코 볼 수 없다. 이는 1990년대 탈냉전시대로 들어간 시점 이후 더욱 강화된 일본의 대외정책을 살펴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즉, 일본은 냉전 이후 시대에 아시아로의 복귀를 전제로 하면서 약한 정치군사적인 측면을 극복하기 위한 논리적 토대로, '탈아론'과 '아시아 연대론'에 이어 '보통국가론'을 더 첨가하였다. 전후 유지해왔던 미국과의 안보동맹 안에서 경제성장만 중시한 '평화국가'의 외피를 벗어 던지고 '보통국가'를 지향하여 대외적으로 경제대국에 걸맞은 정치'군사대국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더해진 것이다.
일본이 '보통국가'가 되기 위한 노력은 여러 측면에서 보이고 있다. 1992년 6월 평화유지활동(PKO)을 위한 자위대 파견 법안 통과, 1995년 '방위계획대강'의 개정으로 5년 단위의 중기방위력 증강, 1997년 9월 '미'일 신방위협력지침'을 통해 유사시 한반도에서 자위대의 군사활동 계획수립, 2003년 6월 전쟁 상황에 대비한 '유사(有事)법제'의 통과, 2004년 12월 '신방위계획대강'의 채택을 통한 지속적인 방위력 증강 실현 등이 그것이다. 또한, 일본이 40t에 달하는 세계 4위의 플루토늄 보유국이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본은 현재 세계 제2위의 방위비를 지출하며 끊임없는 군장비의 현대화 추진으로 자위대 전력의 질적 증강을 꾀하고, 군사작전 영역을 동북아지역에서 아'태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 국제적으로 화두가 되었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확보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평화헌법 제9조(전쟁포기 조항) 개정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최근 자민당이 내놓은 헌법개정안에는 자위대의 자위군으로의 변경과 해외 무력행사활동 참가 허용, 교전권의 무제한 허용 및 집단적 자위권 인정,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국가기관의 종교 활동의 허용 등이 주요 내용으로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시대로 다시 복귀하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광복 후 이제 60년이 흘렀다. 오랜 세월일 수도 있으나 일본에 대한 뼈아픈 상처가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아직도 일제의 만행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때에 우리는 일본을 감정적인 시각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일본의 본 모습과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여 사안별로 철저히 대처하며, 일본을 극복할 수 있도록 국가 전체 차원에서 철저한 준비를 다지는 8'15 광복 60주년이 되었으면 한다.
이승근(계명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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