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3 수험기-서울대 사회과학대 1년 이정은양

입력 2005-08-09 15:05:27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벌써 반년이 지나갔다. 작년 8월 수능 100여 일을 앞두고 온갖 호들갑을 떨며 친구들과 결의를 다지던 생각을 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그때의 막연한 불안감과 긴장감을 떠올리면 지금도 갑자기 온몸이 굳어지는 것 같다.

고3 때 나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개인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닌 적이 없다. 우리 반에는 주말에 학원 등에서 과외를 받는 친구들이 제법 많았다. 특히 수학 과외를 받는 친구들이 많았다. 수학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문계 반 대부분이 그렇듯이 수학 시간에는 교실 붕괴를 실감할 정도로 수업 참여 열기가 형편없었다. 때로는 가르치는 선생님께서도 힘들어 하셨다.

학교 수업이 비록 진도가 느리고 밀도는 떨어지지만, 나는 집중해서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다. 전체적인 수준이 낮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가장 쉬운 문제로 자세히 오래 설명을 하셨다. 돌이켜 보면 그런 수업이 진정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보다 한 발 앞서 연습장에 문제를 풀었다. 그런 다음 풀이 과정을 들으면서 내가 잘못 생각한 부분이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충분히 오래 생각하며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정리했다. 한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문제를 풀어주는 학원 수업보다는 학교 수업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름 방학에는 중2부터 고3까지의 수학 교과서를 아주 자세하게 정독했다. 특히 확률 단원은 교과서를 정독한 것이 그 이후 문제를 해석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이후에는 실전문제 풀이를 많이 했다. 문제풀이를 하면서도 교과서는 언제나 곁에 두고 틈틈이 읽었다. 실제 수능시험에서 나는 수학 만점을 받았다. 주변의 친구들이 많이 놀라는 것 같았다. 나는 수학 때문에 걱정하는 후배들에게 교과서를 먼저 공부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 다음 쉬운 문제집으로 끝까지 답을 보지 않고 풀어보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 여름 모두가 건강하고 소원 성취하길 빌어본다.

이정은(서울대 사회과학대 1년, 남산고졸)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