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편지-공부는 야구처럼

입력 2005-08-09 14:43:40

올해 수능시험이 아직 100여 일이나 남았는데 벌써 내년도 수능시험 일자가 발표됐다. 지금 고3생이야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다고 해도, 고교 2학년생이 1년 하고도 100일 뒤의 일을 걱정해야 한다는 건 딱한 노릇이다. 그렇지만 학생이 된 이상 수능시험이든 학교 중간고사든 쪽지시험이든 공부한 내용에 대해 평가를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야구 경기에 비춰 보자. 답답함을 덜 수 있을지 모른다. 시험에 임하는 학생은 야구에서 타자의 자리가 적합하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을 배트로 쳐서 멀리 보내야 하는 타자의 쉽지 않은 승부는 학생들의 시험과 닮아 있다.

미국의 야구전문기자 레너드 코페트는 '야구란 무엇인가'란 책에서 타격의 출발을 두려움이라고 지적한다. 몸을 향해 미사일처럼 날아오는 공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두려움을 느끼지만, 뒷발을 굳게 딛고 공을 향해 한걸음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다. 날아오는 공을 두려워해 타석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는 좋은 타격이 어렵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시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떨치고 자신감을 갖는 것이 좋은 승부의 첫 걸음이다. 너무 긴장해서 문제를 잘못 읽었다거나 뻔한 계산을 틀렸다거나 답안 표기를 잘못 했다거나 하는 것은 첫 승부에서 실패했다는 얘기다.

타격의 두 번째 원리는 끊임없이 스윙을 반복 연습해서 완벽하게 몸으로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둥근 공과 둥근 배트가 강하게 맞을 수 있는 폭은 1.2㎝, 투수판에서 타자의 앞을 지날 때까지 공이 18.44m를 날아가는 시간은 0.5초도 걸리지 않는다. 0.25초 만에 투구를 예측하고 0.25초 만에 배트의 높이와 각도를 그에 맞춰 돌려야 한다. 이 과정은 논리적으로 성립되기 힘든 행위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타격이다.

학생들은 메이저리그의 유명 타자들도 경기 전에 300~500회 정도의 스윙 연습을 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과목, 넓은 범위에서 어떤 유형의 문제가 출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모두 풀어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수능시험처럼 범위가 방대하고, 심층적이고 통합교과적이면서 실생활에까지 응용시키는 복잡한 문제들에는 교과서의 기본 원리를 끝없이 다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법이다.

타격에서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적절한 상황 판단과 확고한 목표 의식이다. 현재 스코어와 주자 등 경기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투수의 결정구와 볼 배합, 야구장의 바람이나 잔디 상태 등을 따져야 한다. 자신의 약점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놓는 것도 필수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타격을 머릿속에 그린 뒤 목표를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공부 역시 자신이 처한 상황과 조건, 강점과 약점, 습관 등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뒷받침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틀린 문제를 거듭 틀리는 일, 공부하기 싫고 점수가 안 나오는 단원, 낮 시간의 무기력 등은 객관적이고 냉철한 대처만이 극복의 방법이다. 여기에다 분명한 목표와 의지만 더해지면 결과는 나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하나, 타자들이 매번 홈런을 칠 수 없듯 학생들도 모든 시험, 모든 과목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잡히더라도 끝까지 전력 질주하며, 다음 타석에서 전 타석의 실패를 딛고 좋은 타격을 만들어내는 타자가 훨씬 더 큰 박수를 받는다는 사실에 유념하자.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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