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화학 올림피아드 여름학교'

입력 2005-08-09 14:49:55

"화학, 원리 알면 금방 친해지죠"

"화학이 어렵다는 편견부터 버리세요."

지난 3일 오후 영남대학교 과학관 한 실험실. 매캐한 암모니아 냄새와 함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물질을 가열해 금속과 유기물과의 결합 정도를 알아보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실험을 하는 학생들은 전국 고교에서 선발된 76명의 고교생들. 하얀 실험 가운을 입고 찬찬히 실험을 진행하며 결과를 적는 진지한 모습은 전문 연구원 못지 않았다.

지난달 31일부터 영남대에서 열리고 있는 '화학올림피아드 2005 여름학교'의 모습이다. 다음 세대 한국의 화학계를 책임지고 나갈 인재를 발굴·양성하기 위한 이번 여름학교에서 최우수 평점을 받은 4명에게는 내년도 국제 화학올림피아드에 우리나라 대표로 선발할 출전권이 주어진다. 그래서인지 전국에서 모인 화학 영재들은 강의실과 실험실을 오가는 분주한 일정 속에서도 힘든 표정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실 화학은 과학 과목 가운데 선택이 가장 적은 과목이다. 그만큼 어렵고 재미없는 분야라는 이야기. 하지만 실험실의 학생들은 "화학만큼 재미있고 활용도가 높은 기초과학 분야도 드물다"고 말했다. 실생활에 적용되는 사례가 워낙 많아 곳곳에서 다양한 원리를 깨우칠 수 있는 과목이라는 것.

신수철(경기과학고 2)군은 "과학은 일단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친근감 있게 다가서는데서 시작된다"며 "많은 학생들이 어렵게만 생각해 피하려 들지만 재능은 일단 그 분야와 맞닥뜨릴 수 있는 계기가 주어져야만 발휘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형주(서울과학고 2)양은 "일상생활 속에서 책 속의 원리가 하나하나 적용되고 있는 것을 알아가다 보면 금세 화학과 친해질 수 있다"며 "과학이 어렵다면 주변을 잘 둘러보는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양은 패스트푸드점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묻혀주는 초콜릿 액체가 금방 굳어버리는 현상을 파고들다 보면 냉각기의 원리까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간 지각력이 풍부하다면 화학과 친해지기가 더욱 쉽다. 여름학교 교장을 맡은 남기평 영남대 화학과 교수는 "화학은 분자 구조를 이해하는데서 출발하는 학문"이라며 "3차원을 이해할 수 있는 지각력이 있다면 입체적인 분자구조 등을 이해하는데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화학은 활용분야가 워낙 많아 미래 경쟁력도 탁월한 학문이다. 앞으로 물질 특허가 중요해지면서 변리사에게도 화학은 필수 과목이 될 것으로 보이며 생리활성 물질 분야는 각종 치료제를 만드는데 필수 학문이므로 그 전망이 매우 밝다.

남 교수는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는 당뇨병 치료제나 전 세계인의 관심사인 비만 치료제, 전기전자소자 신물질 등을 만들어 낸다면 그 매출은 수백 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이 모든 바탕에는 화학이 자리 잡고 있어 기초 화학은 국가발전과도 연관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화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아직 미약하다. 이공계 기피현상에다 어렵고 재미없는 분야라는 인식이 겹쳐 화학과 인연을 맺는 인재의 숫자도 그리 많지 않은 실정. 때문에 학계에서는 2006년 7월 영남대에서 국제화학올림피아드가 개최되는 것을 계기로 화학이 생활학문이며 중심학문, 첨단학문이라는 점을 널리 알려나갈 계획이다. 남 교수는 "기초과학이 활성화돼야만 황우석 박사와 같이 세계적인 업적을 더 많이 일궈낼 수 있다"며 "어릴 때부터 쉽게 친해 질 수 있는 만화책 등을 통해 과학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많은 실험 기회를 통해 생활 속 학문이라는 것을 알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 영남대에서 열리고 있는 화학올림피아드 2005 여름학교에 참가한 화학 영재들이 금속과 유기물과의 결합 정도를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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