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지난해 말 국내의 한 대학 북한학연구소에 의뢰해 제출 받은 북한의 인권실태를 심도 있게 조사한 보고서를 쉬쉬하다 마지못해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탈북자 50명의 인터뷰와 탈북자 사회정착기관인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탈북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작성된 것으로 매우 적나라한 증언들이 담겨있어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이를 남북관계에 걸림돌이 된다며 공개를 꺼렸다니 될성부른 일인가. 인권위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보고서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한탄이 절로 새 나온다. 북한에서 교사를 했다는 여성탈북자는 "탈북자들이 수용소에서 아기를 낳으면 경비병들이 아기가 죽을 때 까지 엎어놓고 심지어 임신부의 배를 차 유산도 시켰다"고 증언했다. 더 소름 끼지는 것은 설문에 응한 탈북자 75%가 "공개처형을 직접 목격했다"고 답했고 64%는 "굶어 죽은 사람을 직접 봤다"고 대답했다.
본 난에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국가인권인원회의 이 같은 부적절한 행태를 지적했다. 특히 인권위가 남북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해 마치 돈 몇 푼 때문에 친구 잃는 격이어서 작은 것을 노리다 더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 인권위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보다 북한 주민들은 우리와 한 핏줄인 동족이 아닌가. 그렇다면 인권위는 북한의 인권을 쉬쉬만 할 것이 아니라 바르게 짚어 그런 일들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인권위는 분명 독립기구로 출발했고 설립목적도 개인의 기본적 인권보호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구현이라고 탄탄하게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그 어떤 정치적인 압박에도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북한의 인권에도 당당히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인권위의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본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