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가 사실상 끝난 산업현장에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내수가 바닥을 칠 줄 모르는데다 환율 불안,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엔 '전력요금 인상설'까지 불거지면서 산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갈수록 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전력요금 인상 계획 철회 등 중앙정부 차원의 기업 살리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9일 대구 성서공단의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요즘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자동차부품, 전자업체 등에 철강재를 가공·공급하고 있는 이 업체는 납품물량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30%가량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중소 차부품업체의 내수경기가 바닥을 기면서 주문량이 급감, 철강업계에서는 공장 가동을 위해 출혈납품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이 업체는 이 와중에 전력요금까지 오르면 치명타를 맞는다고 했다.
대구경북비철조합은 원자재 가격이 가뜩이나 올라있는 상황에서 알루미늄 가공 원가를 결정하는 전력요금까지 오르면 엎친 데 덮치는 격이라고 했다. 조합 관계자는 "알루미늄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 말 t당 210만 원 정도에서 지금 217만 원까지 올랐는데 이 와중에 알루미늄 원자재를 녹이고 사출하는데 필수 에너지원인 전력요금까지 상승하면 버텨낼 기업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했다.
재생수지를 이용, 하수관을 만들어내고 있는 성서공단의 한 업체. 이 업체는 지난해 kg당 500원 하던 재생수지가 이달 현재 750원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전력요금까지 오르면 엄청난 원가압박을 받는다고 했다.
이 회사 부사장은 "국제유가가 폭등, 석유화학 제품마다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데 전력요금까지 인상되면 원가압박 때문에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다"며 "정부는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산업현장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전력·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해야 기업들이 버텨낼 수 있다"고 했다.
역내 최대 차부품회사 가운데 하나인 에스엘 김희진 상무는 "에스엘의 경우 전력요금의 판매가 반영비율이 0.3% 정도"라며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은 절전형 설비 도입 등으로 전력요금 상승에 따른 원가압박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만 노후 기계가 많은 중소업체는 전력요금 상승이 원가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경기부진과 고유가, 원자재가 폭등 등으로 중소기업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전기료 인상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며 이를 철회하거나 인상시기를 조정할 것을 정부와 한전 등에 8일 건의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 측은 "석유를 주원료로 하는 화력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인상은 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내 소폭이라도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