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흥겨움…패배의 아쉬움

입력 2005-08-08 15:00:39

동아시아 축구대회 이모저모

'2005 동아시아 축구선수권 대회'가 이틀간의 열띤 경기를 마치고 7일 밤 대구 월드컵 경기장에서 막을 내렸다.

한국이 일본에 0대 1로 졌지만 시민 대부분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주변 정리를 하면서 질서정연하게 경기장 밖을 빠져나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중국, 한국-일본 간의 경기가 치러진 이날 경기장의 입장객 수는 모두 4만5천여 명. 경기시작 2, 3시간 전부터 경기장 매표소 인근에서 장사진을 이뤘다.

경기장 주변은 찜통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흥겨운 축제 마당이었다. 붉은 악마 회원들의 기념품 부스와 공차기 게임 부스 등에는 시민들이 몰렸다. 관람객 김주영(35·수성구 만촌동)씨는 "모처럼 '대한민국'을 외치며 월드컵 때의 신명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이케바타(43·오사카)씨 등 일본인 서포터스 4명은 일본 상투 가발을 쓴 채 '혼(魂)'이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다녀 관람객들로부터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오후 8시쯤 한일전이 시작되자 월드컵 경기장은 뜨거운 열기로 달아올랐다. 3천여 명의 붉은 악마 회원들과 300여 명의 일본 서포터스가 기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600여 명의 대구 붉은 악마회원들은 시의 무성의로 응원 불편을 토로하는 등 운영상의 미흡도 지적됐다. 회원들이 한 달 전부터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 카드 발급 등의 편의를 요청했지만 대회 직전 불가 통보를 받았다는 것. 이로 인해 1t에 달하는 대형태극기와 걸개그림, 치우천황기 등 응원기 20개를 주차장에서 관람석으로 옮기는 데 30명이 달라붙어 꼬박 2시간이 걸리는 등 진땀을 뺐다.

○…이번 대회 뒤에는 국정원, 경찰 등 대테러 안전팀들의 땀방울도 적지 않았다. 특히 런던테러 이후 테러위협이 고조된데다 북한을 비롯한 동아시아 각 팀이 출전, 과거 어느 때보다 철통 같은 경계가 펼쳐졌다.

대구 국정원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지역 유관기관들이 테러대책협의회의를 갖고 선수들이 묵는 호텔과 경기장을 점검하고 안전에 만반의 대비를 했다"며 "특히 혹시나 있을지 모를 국내 테러세력의 위협을 24시간 추적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비스를 우선으로 하는 대회 운영팀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안전팀 간에 이해가 다른 경우도 있었지만 상호협력해 대회를 무사히 치렀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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