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 '친절한 금자씨'에서 최민식의 아내로 등장한 여배우는 낯이 익다. 최민식에게 복수하려는 이영애를 돕기 위해 위장결혼까지 불사한 그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곧바로 댈 수 있는 '요즘' 관객은 별로 없을 듯 하다. 한동안 활동 혹은 활약이 뜸했기 때문이다. 이승신(36). 1992년 SBS 탤런트 공채2기로 출발했을 때만해도 건강미로 비교적 원만히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어느새 그는 많은 조연급 탤런트 중의 한 사람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그랬던 그가 박찬욱 감독을 만나면서 스크린을 통해 다시 생기를 얻고 있다. '올브보이'에 이어 '친절한 금자씨'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맡으면서 그는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라며 즐거워하고 있다. "어디가서 배우 수업을 다시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라는 그를 만났다.
▲'올드보이'의 최면술사
이승신이 '올드보이'에 출연했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다. "도대체 어디에 나왔다는 거지?"
그는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에 등장한다. 기억을 지우려는 오대수(최민식 분)가 미도(강혜정 분)를 데리고 뉴질랜드에 있다는 최면술사를 찾아가는 대목. 이국적인 설원 속 두터운 옷으로 몸을 가린 묘한 분위기의 최면술사가 등장, 오대수에게 최면을 걸면서 영화가 막을 내리는데 그가 바로 이승신이다.
"박찬욱 감독님이 '정말 중요한 역할'이라고 해서 출연했는데 신이 고작 2-3개 뿐이었고 그나마도 마지막 한 장면만 살아남았다"며 웃은 그는 "사람들이 내가 그 영화에 출연했는지 거의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감독의 말처럼 중요한 역할이긴 했다. 그가 마지막 장면에 입고 등장한 털옷은 수천만원짜리였고, 그는 연기하는 내내 손톱 하나에까지 고가의 분장을 했다. 박 감독이 '세련된 최면술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친절한 금자씨'의 '꽃뱀'
'올드보이'에서의 느낌이 좋았던지 박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를 준비하면서 이승신에게 "시나리오를 가져가라"고 연락했다. 이번에는 '꽃뱀' 역할이었다.
"예전부터 최민식, 송강호 같은 선배들과 작업해보고 싶어했는데, 최민식 선배와는 잇따라 두번씩이나 작업하게됐다"는 그는 "이번 '베드신'의 경우 상당히 걱정을 많이 했는데 최민식 선배가 참 친절하게 배려해줘 어렵지 않게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역할의 비중이 커져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는 '친절한 금자씨'에 훨씬 애착을 갖고 있다.
"옛날부터 모성애 강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런 영화에 출연해서 너무 좋았다. 극중 내 행동은 금자와 마찬가지로 모성애에서 출발한 것이다. 꼭 내 얘기 같아서 너무 좋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금자씨이고 내 딸이 제니인 것만 같았다." 169㎝의 훤칠한 키에 근육질의 늘씬한 몸매라 다소 놀랍지만 그에게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딸이 하나 있다.
▲등산으로 심신 다스려
"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할 때만해도 카드값·생활비 걱정, '내가 제대로 된 부모인가'에 대한 걱정 등 별별 잡념을 다 갖고 차에서 내린다. 하지만 산을 올라가면서부터는 오로지 산 생각만 하게 된다. '이 산을 언제 다 오르지?'"
이승신은 등산 '중독'이다. 1주일에 4-5일씩 관악산 혹은 청계산을 오른다. 그가 이렇게 산에 심취한 것은 심신을 다스리는데 그만이기 때문이다. 몸매 유지에도 그만.
"무아지경 상태에서 정상에 오르고 나면 '그까짓것들 어차피 다 개미야'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감을 얻게 되고 다시 한번 용기를 얻게 된다. 자기 자신을 느끼고 다스리기에 산만큼 좋은데가 없다. 산은 정말 좋은 선생님이다."
긴 기다림 끝에 스크린을 통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등산의 도움이 컸다. "이전까지 했던 역할들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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