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내일 업무 복귀...휴가구상 뭘까

입력 2005-08-08 10:20:01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일주일간의 하계휴가를 마치고 8일 업무에 공식 복귀했다.노 대통령은 휴가기간 가족과 함께 강원도에서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3박 4일간 휴식을 취한 후 귀경, 줄곧 청와대 관저에서 머물렀다.

강원도 체류기간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아들 건호(建昊)씨 내외, 손녀와 함께 대관령 목장, 오대산 월정사 등을 둘러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지만, 국정원 불법도청 사실 발표와 베이징(北京) 6자 회담 등에 관해 수시로 보고를 받으며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휴가 구상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설명은 "8·15 경축사 구상을 가다듬는 데 주로 시간을 보냈다"(김만수 대변인)는 것이지만, 휴가 직전 노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식화했던 한나라당 주도 대연정 제안, 선거구제 개편과 특별사면문제를 비롯한 불법도청 정국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모색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연정 문제는 야당 반응이 부정적인 만큼 '장기전'의 관점에서 지역구도 타파를 통한 '정치 재건축'이라는 대의명분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야당을 설득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관계자는 "그렇다고 연정과 관련한 추가 제안은 당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5일 국정원 발표로 공개된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의 불법감청사실은 이미 정국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이와 관련, 청와대 측은 "진실만이 답이고, 진실대로 갈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 언급이 노 대통령의 대원칙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불법도청이 김영삼(金泳三) 정부의 옛 안기부뿐 아니라 참여정부의 뿌리인 DJ 정부 국정원에서도 이뤄졌다는 국정원 내부조사 결과를 숨김없이 밝히도록 노 대통령이 지시한 것도 이 같은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DJ 정부 불법도청 사실 공표시 여권의 분열, 호남민심 이반 등 여권으로서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에 대한 우려도 일부에서 나왔지만, 노 대통령의 최종판단에는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작용하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불법도청 정국을 풀어가는 노 대통령의 해법이 정치권 전반의 일대 개혁을 지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이러한 해석은 대연정 제안에 담긴 노 대통령의 구상과도 맞물려 읽혀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력을 내놓겠다는 대연정 제안도 정치적 계산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고, 여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연정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는 노 대통령의 뜻은 강력한 정치개혁의 열망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노 대통령 휴가기간인 지난 3일 불법도청 테이프 내용 공개를 위한 특별법 제정 찬성 입장을 발표하고, DJ 정부 도청사실이 발표된 5일 문재인 수석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참여정부에선 불법도청이 없다" "진실은 아무 제한없이 규명돼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하며 '정공법'을 취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8·15 경축사의 큰 기조는 국민통합, 남북문제 등이 될 것"이라며 "현안인 6자 회담이 이번에 결과를 보지 못하고 휴회된 만큼 이런 부분들을 감안해서 경축사가 손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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