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회담 휴회기 3주간 관전 포인트

입력 2005-08-08 10:30:16

등돌린 北-美… 판깨기? 냉각기?

장장 13일간 지속된 제4차 북핵 6자회담이 타결도 결렬도 아닌 약 3주간의 휴회라는 방식으로 1막을 내렸다.

이번 회담은 비록 과거 1차 회담과 마찬가지로 일단 '의장 성명'이라는 구속력이 없는 결과물을 내는 데 그치기는 했지만 과거 1∼3차 회담이 3박4일간 일정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6자회담 참가국들이 약 2주 동안 그만큼 열의를 갖고 노력함으로써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상당한 성과를 얻은 것으로도 평가된다.

그러나 회담 참가국들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평화적 핵 이용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 넘을 수 없는 간극이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3주간의 휴식 후 속개될 4차회담의 제2막의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북, 4-2차 회담에 참석할까

북측 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은 회의가 끝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미국이 해야 할 일은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회담 상대국(미국)은 우리의 평화적 핵활동권마저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화적 핵이용마저도 허용치 않는 미국의 일방적인 주장 탓에 이번 4-1차 6자회담이 결론 없이 끝났다는 주장으로, 미국에 이 같은 입장의 철회를 촉구한 것이다.

따라서 3주간의 휴회 기간에 미국 측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면, 특히 이번 회담에서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음에 따라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위시한 협상파의 미국내 입지가 줄고 다시 네오콘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 북한이 여차하면 4-2차 회담에 불참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측 회담 관계자는 북한의 불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사실 그게 제일 걱정"이라면서 "북한이 협상장에 나오지 않을 경우 생기는 모든 문제는 자신들의 책임임을 분명히 알 것이다"고 지적하고 "북한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북한의 불참 가능성을 우려하기는 이른 것 같다.김계관 부상은 7일 회견에서 "이번 회담이 앞으로의 회담 진전을 위한 기초를 쌓는 회담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휴회 기간 당사국들과의 쌍무접촉을 적극 진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6자회담 개최 전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베이징에서 만나 회담 재개에 합의했던 것처럼 북미 간 쌍무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특히 힐 차관보는 7일 기자들에게 "나는 그(김계관)와 접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고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정말 알고 싶다"면서 "때문에 우리가 8월 29일 시작되는 주에 다시 만나면 지금처럼 13일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13시간 아니면 13분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 남측 중재 역할,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무엇보다 8월에는 굵직굵직한 남북 간 공동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8일부터 시작될 남북 해운협력실무회담을 시작으로 12일에는 남북 군사실무회담, 14일부터는 8·15 대축전 남북 공동행사와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26일부터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까지 예정돼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모으는 것은 14일부터 시작되는 8·15 대축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앞서 6월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번 행사에 '비중 있는 북측 인사'를 보내기로 약속했으며 이에 따라 자신의 측근으로 평가되는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가 북측 당국 대표단을 이끌고 남측을 방문한다.

남측 정부는 이를 계기로 북측을 적극 설득해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남북관계 역시 원만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우리 측은 이와 함께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의 쌍무접촉을 통해 협상 지속의 당위성을 계속 설득해 나가는 한편 자칫 네오콘의 입지가 강화돼 미국내 분위기가 '6자회담 무용론'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막후 접촉도 활발히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또 중국의 중재 역할에도 적지않은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북한에 대해 드러내지는 않지만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중국이 회담 의장국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끝내 중국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베이징 현지 외교소식통은 "6자회담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국제외교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전략에 차질이 생길 경우 중국이 이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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