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좋아하시는 가수 이승철 CD예요. 저희 은행 적립식 펀드에 가입해주신 선물입니다." (은행원)
"어머! 제가 이승철 좋아하는줄 어떻게 아시고…. 사실 또 선물로 우산 주나 했거든요. 은행에서 받은 우산이 집에 서너 개나 돼서." (30대 중반 주부 최모씨)
'전에 상담하면서 좋아하는 가수 얘기 하셨거든요. 고객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해둔답니다.' (은행원 속마음)
#2. 40대 중반의 김모씨. 은행원은 이 손님이 유달리 원금 보장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김씨가 오자 원금이 보장되면서 주가 움직임에 따라 최대 연 10%까지 수익이 붙는 주가지수연동예금을 추천했다. 과거 다른 상품에 대해선 망설였던 김씨는 원금이 보장된다는 말에 부쩍 관심을 보였다.
#3. 은행 업무를 마감하는 오후 7시 30분. 직원들이 오늘 찾아온 고객들을 놓고 회의 중이다. 고객 김씨는 자녀가 1년 후 대학 진학을 하게 되므로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주부고객 최씨는 살림만 하다 새로 일을 하고 싶어 하며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직원들은 이 고객들에게 앞으로 어떤 서비스를 펼치고 어떻게 마케팅을 할지 논의했다.
은행 마케팅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예대마진 수익이 더 이상 크게 늘어나지 않게 돼 각종 금융상품 판매를 통한 수익 늘리기가 지상과제로 등장하자 고객 성향 파악과 응대 요령에 대한 체계적인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고객 취향 파악, 응대 요령 개선 등을 통해 고객 만족과 감동을 이끌어내 영업 성공률을 높이는 기법인 SSP(Sales Stimulation Program)를 적극 교육하고 있다. 6월부터 4개 시범점포를 지정, SSP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달 중순 10주 과정이 완료되면 결과를 점검한 뒤 점차 다른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교육은 고객 개개인에 대한 성향을 기초로 한 적극적인 영업을 권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 성향이 낙관적인지, 비관적인지 혹은 안정적 투자자인지, 공격적 투자자인지를 살펴 권하는 금융 상품을 다르게 한다는 것이다.
고객 취미를 사전에 파악, 선물도 일률적인 기념품이 아니라 좋아하는 가수의 CD 등을 선물하는 등 고객이 '감동'할 수 있게 하는 형태이다. 또 금융상품의 유행 경향에 따라 말을 거는 기법도 달리 하도록 했고, 고객이 권하는 상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새롭게 대처하는 요령 등도 담고 있다.
은행 지점에서는 업무 후 전체 회의를 갖고 그날 다녀간 고객에 대한 정보를 교환,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논의하기도 한다. 국민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은 이에 앞서 수년 전부터 이같은 SSP기법을 적용해오고 있다.
이런 덕분으로 은행들의 비이자수익은 크게 늘었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수수료와 기타 영업이익 등 비이자수익을 8천882억 원 올려 전체 영업이익(충당금 적립 전 기준) 2조1천455억 원의 41.4%를 차지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포인트 늘렸다.
우리은행은 영업이익 1조8천786억 원 가운데 32.7%인 6천149억 원을 비이자부문으로부터 거둬, 비이자수익 비중이 작년 동기의 28.2%보다 4.5%포인트 늘어났다.
대구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 수수료가 29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27억 원보다 증가했고, 적립식 펀드 등 유가증권 판매 수수료는 지난해 21억 원에서 올 상반기에만 22억 원을 기록했다.
황원구 대구은행 SSP추진팀 부팀장은 "이전에는 고객들에 대해 일률적인 상품 소개와 권유 등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앞으로는 고객 성향과 여건에 잘 맞는 상품을 권유, 고객과 은행의 수익을 함께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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