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과 대구공항. 지난해 4월 KTX 개통과 더불어 새단장한 동대구역은 순항중이지만 대구공항은 국내선 운영 부진, 국제선으로의 발전 한계 등 때문에 향후 진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구가 국제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 대구공항이 활성화되야 한다는 전제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함께 힘을 모아도 쉽지 않을 판에 학계와 업계는 서로 주장만 내세고 있다.
▲대구공항 현실은 안개 속
대구공항에 취항한 국내선은 지난해 4월 KTX 개통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2003년 4월부터 지난해 3월말까지 1만9천247편을 운항, 210만1천795명을 실어 날랐으나 KTX가 개통된 뒤 올해 3월말까지 1만360편 운항에 106만6천167명의 승객을 태워 운항편수는 46.2%, 승객은 49.3% 감소한 것. 김포~대구간 노선 수도 하루 36편에서 8편으로 줄었다.
대구공항이 살아남고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요금면에서 KTX 서울역~동대구역 노선이 3만4천900원인데 비해 항공편(대구~김포 노선)의 경우 기본운임이 6만2천400원(대한항공), 6만1천900원(아시아나항공)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뒤진다. 게다가 2006년 대구~부산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국제선 여객이 김해공항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형편이다. 화물청사(넓이 844㎡, 능력 2만2천803t)가 좁아 물류 공항화의 어려움도 공항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모색중인 대구공항 발전방안들
공항공사 대구지사(지사장 박생기)는 물류공항화와 국제선 증편만이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대구지사에 따르면 화물청사 건설부지(1만5천883㎡)는 이미 확보했고 내년 공항개발 중장기 계획을 결정할 때 청사 건립여부가 확정되므로 물류공항화는 두고 봐야겠지만 국내선의 부진으로 전체 수송실적이 준 것일 뿐 국제선은 증가추세이므로 국제선 증편에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는 것. 국제선은 2003년 운항편수가 1천385편, 여행객이 12만3천488명이었으나 2004년 2천453편, 22만9천203명으로 폭증했다.
공항공사 최성종 운영팀장은 "KTX로 인해 국내선 운영은 한계에 달했으므로 항공사와 협의해 중국에 편향된 국제노선의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대구경북연구원의 대경국제화연구회 세미나에서 홍석진 객원연구위원은 '대구국제공항 활성화 방안'으로 국내 공항육성체계를 1강(인천국제공항) 중심에서 1강 2중(서해안권·영남권)체제로 재편해 육성, 지방간 항공네트워크 체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중·단기 방안으로 △지방자치단체 내에 전담팀 구성 △도쿄·오사카 노선보다 관광객 위주의 나가사키·후쿠오카 노선 정기화 △저가 항공사 유치 등을 제안했고 장기방안으로 △대형화물기 취항을 위한 활주로 확충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을 묶는 영남권 국제공항화 △공항 운영에 지방자치단체 참여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업계 입장
이에 대해 항공·여행업계는 '이미 다양한 곳에서 많이 나온 방안이며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화물기는 구미 지역의 수·출입 물량 한달치를 한꺼번에 실어나를 수 있는 크기인 보잉747기뿐인데 비해 대구공항 취항시 화물수요는 너무 적어 수익을 낼 수 없는데도 물류공항화를 외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
여행업계 관계자는 시와 대구지사는 공항 주차장 주차료 할인, 단체 손님에 전세버스 제공 등 대구 외 지역의 승객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항공사에 공항 이용료 할인, 노선 운영비 보조 등 '당근'을 내놓아야 항공편을 유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카지노 등 관광 인프라를 구축해야 관광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텐데 현재로선 대구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고 항공업계에서는 "연중 항공수요가 일정해야 정기노선을 띄울 수 있기 때문에 관광객만 바라보는 노선보다는 수요가 많은 도쿄·오사카 노선이 차라리 낫다"고 주장했다.
▲다른 곳은 뛰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는 큐슈에서 다섯 번째 큰 도시지만 인구는 50만명이 채 안되는 도시. 하지만 모 여행사가 올해 초 대구~나가사키 간 전세기를 띄울 때 나가사키현은 이 여행사에 상당 금액을 보조해줬다. 장기적인 관광수요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가사키 현 공무원이 직접 공항까지 마중나와 관광객들에게 일일이 인사했다. 이 여행사 역시 전국에서 300여명의 승객을 끌어 모으면서 20명 이상의 단체관광객에게는 대구공항까지 오는 전세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비슷한 형편에 있는 충북도는 수도권 주민의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 청주공항 활성화의 최대 관건이라 보고 지역사회단체, 관광협회 등과 연계해 이용권역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국외용 홍보물 2종 6만5천매를 제작, 고속도로 진출입로·휴게소·기차역·고속버스 터미널·여권발급기관(충청권, 강원도, 전북도) 민원실 등에 비치하고 국내·외 1천여개 여행업체에 공항의 지리적 위치, 국가별·항공사별·공항별 취항일정과 운항횟수, 접근 도로망 등을 정기적으로 이메일로 통보해 주기로 했다. 9월 이후에는 대전·충남·경북·전북·강원 지역 관광협회와 여행사를 대상으로 홍보 순회 설명회도 추진한다.
이에 대해 대구시 신경섭 교통정책과장은 "대구공항 취항 국제선이 중국에 편향돼 있는데 일본에 대한 항공수요가 약 40%이므로 노선 다변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사진:대구공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국에 편중된 국제노선을 일본과 동남아 노선 등 중거리노선으로 다변화와 함께 관광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항 대합실 전경. 김태형기자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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