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밤 식혀주는 '찾아가는 음악회'

입력 2005-08-06 09:49:29

'여름밤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무더위를 잊으세요.'

열대야로 짜증만 더하는 불면의 한 여름밤. 대구시내 곳곳의 공원 등지에서 야외 무료공연이 펼쳐져 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한줄기 청량제가 되고 있다.

5일 저녁 중구 공평동 2·28기념중앙공원 주변을 지나던 젊은이들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트럼펫과 색소폰 소리에 하나 둘 발걸음을 멈춰섰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장년 남성 전문연주자들로 구성된 다운비트 재즈연주단의 노련한 연주 솜씨에 귀를 잠시 쫑긋했다.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이들의 연주를 지켜보던 김상현(26·대학생)씨는 "여자친구가 색소폰 부는 중년 아저씨가 멋있다고 하니 괜히 질투가 난다"며 연주단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으면서 한여름 밤의 더위를 식혔다.

이에 앞선 4일 오후 8시 어둠이 깔린 동구 신암동 신암공원. 부드러운 색소폰 선율이 더위를 식히려 공원에 나온 주민 100여 명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날 공연은 학교 교직원, 교수, 광고업체 사장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아멜모(아름다운 멜로디 모임)' 회원들이 펼친 것. 이들은 가수 노사연의 '만남'을 시작으로 '그대 그리고 나'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풀어놨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음악을 듣던 김인석(30)·이윤경(28)씨 부부는 "연애할 때 커피숍에서 듣던 음악을 잔디밭에 앉아 들으니 기분이 새롭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번 공연에는 동구청 윤용섭 건축과장도 함께 참여해 '오텀 리브즈(Autumn Leaves)'를 멋들어지게 연주, 박수갈채를 받았다. '아멜모'의 김종대(50) 회장은 "직장에서 일을 마친 뒤 연주하는 것이 피곤하지만 막상 연주를 할 때 시민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껴 그만두긴 힘들다"며 밝게 웃었다.

대구 각 구·군청마다 올 여름 거리공연 및 도심 속의 작은 음악회 등을 열어 시민들이 잠시나마 더위를 잊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아멜모'와 함께 거리공연을 가져온 동구청은 이달 9일과 23일에는 안심체육공원, 11일과 25일에는 망우공원, 18일에는 신암공원에서 '아멜모'의 공연을 열 계획이다. 공연시간은 모두 오후 8시.

다운비트 재즈연주단은 12일과 25일 오후 7시에 2·28기념중앙공원에서 공연을 펼칠 계획. 중구청은 이 외에도 12일 오후 5시 경상감영공원에서 김지성국악예술단, 26일 여성중창단과 예음색소폰 동호회를 초청해 각각 대구역(오후 5시)과 지하철 반월당역(오후 7시)에서 음악이 흐르는 여름을 선사한다.

달서구청 역시 5일 달서구 이곡동 와룡공원에서 지역 가수들의 노래와 퀴즈게임, 즉석가요제(도전 100곡), 마술시범 등의 프로그램으로 공연을 펼쳤고 13일 오후 6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한 차례 더 공연을 한다.

또 수성구청은 '도심 속 작은 음악회'라는 주제 아래 8일 오후 8시 화랑공원, 12일과 17일에는 수성못, 19일과 31일 월드컵경기장 수변무대에서 색소폰과 통기타 공연, 요들송, 스포츠댄스, 랩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의 공연을 펼친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사진:대구 다운비트 재즈연주단이 5일 오후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찾아가는 문화마당'을 열어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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