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정원 '도청' 전반으로 수사 확대"

입력 2005-08-06 08:46:41

천용택씨 자택 등 압수수색, 곧 소환‥삼성 이학수 부회장 9일 소환

안기부 X파일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5일 국가정보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에도 불법 도·감청을 벌였다고 사실상 시인함에 따라 수사를 국정원의 도청 전반으로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의 도청도 수사 범위 안에 있다. 도청 전반이 수사 대상이다. 국정원이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니까 도청 전반을 본격 조사하겠다"며 김영삼정부 때의 안기부 뿐 아니라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의 도·감청을 전면 수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관계기사 2·3면

이 관계자는 '국정원의 발표 내용을 알고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강은알고 있었다"고 답변, 상호 업무협조 과정을 통해 관련 사실을 이미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었음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국가정보원이 이날 발표한 중간 조사결과 자료와 도·감청 관련자들의 진술서 등을 넘겨받아 향후 수사방향과 소환 대상자 선별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검찰은 또 수사대상이 광범위한 점을 감안해 전국 지검·청에서 공안전문 검사들을 지원받아 별도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4일 밤에는 천용택 전 국정원장의 서초동 자택과 역삼동 사무실에 대해압수수색을 실시, 각종 서류와 메모지, 수첩 등을 확보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천용택 전 원장을 소환, 공운영 전 안기부 도청조직 '미림'팀장에게서 도청테이프와 녹취록을 수거하게 된 과정과 국정원장 재임기간에 불법 도청을 지시 또는 묵인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뒤 혐의가 드러나면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또한 '미림'팀을 사실상 재건한 것으로 국정원 조사에서 드러난 오정소 전 안기부 1차장과 공운영 전 미림팀장에게서 도청물을 회수하는 데 관여한 이건모 전 안기부 감찰실장도 이르면 다음 주중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9일께 삼성그룹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을 단순 참고인이 아닌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 재미교포 박인회(구속)씨와 만나게 된 경위 등과 함께 도청테이프에 담긴 내용에 대한 확인 작업도 벌일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학수씨의 경우 (참여연대에서) 고발한 내용에 대해서도 물어봐야 한다"고 언급, X파일 내용 중 적어도 삼성 관련 부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또 홍석현 주미대사가 귀국하면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하는 방안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재소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5일 X파일 보도로 드러난 1997년 당시 삼성의 불법 대선 및로비자금 제공설과 관련, 이학수 본부장과 홍석현 주미대사 등 20여명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국정원이 99년 12월 공운영씨에게서 회수한 도청테이프와 공씨 집에서압수한 테이프 개수가 13개 차이나는 데다 압수된 녹취보고서 분량도 회수된 것보다1천여쪽 더 많은 이유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공씨 집에서 테이프 274개와 함께 3천600∼3천700여쪽의 녹취보고서를 압수했으나 국정원은 이날 발표에서 1999년 12월에 회수한 녹취보고서는2천300여쪽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씨는 "집에서 간이복사기로 며칠에 걸쳐 복사하다 보니 2중 3중으로 복사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국정원에서 주장했으나 검찰은 공씨 진술에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사유를 캐고 있다.검찰은 또 5일 MBC 이상호 기자가 재미교포 박인회(구속)씨에게서 입수한 도청테이프를 맡겨 녹취를 의뢰한 업체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검찰은 5일 서초동의 한 녹취록 제작 업체에 수사관들을 급파해 이상호 기자에게서 녹취를 의뢰받은 도청테이프 등을 몰래 복사해 보관해놓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삼성의 불법자금 제공의혹이 담긴 도청테이프와녹취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가 5일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오후 8시40분께 귀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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