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과외'…방학을 잃은 그 현장

입력 2005-08-05 08:52:43

"취업 어떻게 성공했나요?" "그냥 학과 공부만 했어요."

이런 대답도 이제 흘러간 옛노래가 됐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에 비유되는 취업시장. 학과공부만 내세워서는 만년 백수다.

이번주 취업면은 '취업과외' 현장을 찾았다. 경북대학교가 한국생산성본부에 의뢰, 지난달 마지막주, 경북 칠곡군 영진전문대 연수원에서 실시한 '기획력 캠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세운 발표와 매서운 질문, 그리고 혹독한 평가. 훈련인지 실전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방학을 잃은 현장

토목공학과 3학년생이 자신의 연구물을 갖고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주제는 자격증. 따분한 설명식이 아니었다. 이 학생은 설명과 동시에 좌중을 헤집고 다니며 질문도 던진다.

"여러분은 토목과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시나요?" "노가다요!" "단순무식요!"…. 분위기가 재미있어진다. 그는 질문을 통해 끊임없이 듣는 이의 집중을 유도한다. 듣는 사람들이 따분해하지 않았다.

순간, 강사가 "거기까지요"하며 제지하고 나선다. 강사는 최고의 프레젠테이션 전문가로 연극배우 유인촌을 꼽으며, 이 토목과 학생이 유인촌씨에 버금갈 만큼 프레젠테이션을 잘했다고 칭찬했다. 좌중을 휘어잡는 목소리와 오른손에 마이크를 잡는 방법, 왼손에 핸드아웃을 쥔 태도가 '엑설런트'라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이 학생의 프레젠테이션 시작은 이랬다. "제가 오늘 발표를 다소 미흡하게 하더라도 여러분이 이해해주시길…."

발표가 끝나자마자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강사는 "'처음이라 미안하다'는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나? 기업에서 '미흡해서 미안하다'는 표현은 통하지 않는다. 나는 이 자료준비를 위해 며칠밤을 새웠다고 말해야 한다. 이런 식이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윽박질렀다.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경제통상학부 학생이 발표 도중 삼성전자의 S급 인재가 되겠다는 내용을 얘기했다. 발표가 끝나자 강사는 대번에 그 부분을 파고들었다. "삼성의 S급 인재는 CEO급입니다. 당신은 사원으로 입사할 터이니 S급 인재라는 표현은 틀린 것이에요. 정확히 모르고 쓰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 강사는 따끔하게 지적했다.

◆취업 캠프 열기 '후끈'

이날 캠프에서 만난 학생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기업 채용 과정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때문에 이런 유형의 프로그램이 너무나 유익하고, 앞으로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획력 캠프도 경북대학교 취업정보실이 참가신청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몇 분 만에 마감될 만큼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정원은 50명이었지만 '통사정'하는 학생들 때문에 10명이나 더 받아야 했다.

3학년생 윤진한씨는 "면접 등 기업 채용이 갈수록 복잡해져 기획력, 프레젠테이션 등 따로 대비를 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학과공부뿐만 아니라 취업과정에서는 물론, 입사 이후까지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과외 공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4학년생 김태균씨는 "아직 지역 대학이 이런 조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면접대비강좌나 자격증 강좌 등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과외 강좌'가 대학 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학교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어만 해도 문제예요. 학생들이 책상위 영어가 아니라 살아있는 영어를 하고싶어 하지만 대학 내에서 이를 해결해내기가 쉽지 않아요. 대학이 학과 강의와 실전 영어를 연결시키는 커리큘럼을 다양화해야 합니다. 지금 학생들은 급한데, 교수님들과 대학본부는 여전히 느긋한 것이 문제입니다." 한 학생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경북대 취업정보실 김기동 담당은 "올 여름 각종 취업대비 캠프에 학생들의 관심이 뜨거웠다"며 "학생들 취업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학 예산을 최대한 확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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