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운영 前 미림팀장 구속 수감

안기부 X파일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4일 안기부의 도청조직 미림팀 팀장을 지낸 공운영씨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공씨는 이날 저녁 구속집행되면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등 기자들의 질문이쏟아지자 굳은 표정으로 잠시 침묵하다가 "국민에게 큰 누를 범한 것 같고 죄송스럽습니다"고 짧게 말했으며 '숨겨둔 테이프가 더 있느냐'는 물음에는 "없습니다"고 답하고는 호송 승용차편으로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재협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공범인 임모씨가 도망한 상태인 데다재미교포 박인회(구속)씨와 범행관여 정도에 대해 진술이 엇갈리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 사건 실체를 밝히는 데는 신병확보 상태에서 수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판단했다"고 공씨의 구속영장 발부사유를 설명했다.

공씨는 앞서 이날 오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범죄혐의를 대체로 인정했고 "잘못을 후회하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심경을 토로했다고 공씨 변호인인서성건 변호사가 전했다.

자해 이유에 대해서는 "뜻하지 않은 도청테이프 유출로 워낙 주변에서 압박하니까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씨는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두하는 길에 언론 노출을 피하려고 구속피고인 등이 이용하는 지하통로편으로 법정에 들어가 취재진을 따돌리기도 했다.

공씨가 구속됨으로써 1999년 도청테이프가 재미교포 박씨에게 제공된 과정을 포함, 안기부내 불법도청조직 미림팀의 재구성과 활동 내용, 보고라인 등에 대한 검찰수사가 한층 활기를 띠게 될 전망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관계, 경제계, 언론계 주요 인사들의 대화 내용을 불법 도청하는 조직인 미림팀장으로 활동하던 공씨는 도청테이프와 녹취보고서를 빼돌려 보관하던 중 1999년 9월께 전직 안기부 직원 임씨를 통해 알게 된 재미교포 박씨에게 테이프 등을 건네줘 삼성에서 5억원을 뜯어내려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씨는 지난달 26일 경기도 분당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도청테이프 유출과정과자신의 심경 등을 밝힌 자술서를 딸을 통해 공개한 뒤 자택에서 자해, 열흘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검찰은 이틀 뒤인 28일 공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병원을 찾아가방문조사를 실시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