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원들의 입법 경쟁이 활발하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국회의 생산성은 이 의원 입법(立法)의 수치가 그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4년 내내 법 한 건 만들지 않은 국회의원, 본회의장에서 겨우 한마디 뱉은 발언이 "밥 먹고 합시다"였던 국회의원이 실존했던 과거에 비하면 장족(長足)의 발전이다. 초선 의원이 186명이나 될 만큼 국회가 젊어진 것도 큰 이유다. 반가운 만큼 졸속 입법의 걱정도 현실이다.
우선 돈으로 계산해 보자. 17대 국회 들어 의원 입법 발의 건수는 1천163건. 이 중 법으로 생산된 것은 330건, 가결률 28.4%다. 의원 세비를 포함한 총 의정 활동비로 계산하면 '1건 생산비'가 3억 원 먹힌 셈이요, 월 180만 원의 1인당 입법 활동비로만 치면 1건당 555만 원이 먹힌 꼴이다. 가결률이 50% 이하란 점에선 여전히 불합격인 셈이다.
법안의 내용 면에서 보면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비해 실속이 없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도된 바, 대형 소매점 영업 시간 규제 법안은 영세상인들의 아우성만 봤지 그 부작용들은 깜박했다는 지적이고 '성인 1인 1주택 제한 법안' 같은 것은 자본주의 원리에서부터 엇박자다. 이 속에 위헌 논란까지 덤으로 붙은 여당의 소위 '도청 공개 특별법'까지 끼어 있으니 딱하다. 여론을 등에 업은 정치적 계산의 산물이라면 까딱 '불량품' 되기 십상이다.
좋은 법은 국민을 행복하게 하지만 시류(時流)와 대중에 영합하는 소위 '포퓰리즘 입법'은 까딱 국민을 괴롭히게 된다. 이런 류의 법들은 결국엔 사문화되고 국회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는다. "법 만들기 전에 법 공부부터 하라"는 법조계의 힐난은 바로 입법도 육하(六何) 원칙을 지켜야 함을 밝힌 것이다. 부디 이후부턴 건당 생산비 억(億) 단위를 천만(千萬) 단위로 낮추는 꼼꼼한 국회의원이 많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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