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Travel라이프] 유럽 배낭여행-(25)童話고향-독일 브레멘

입력 2005-08-03 16: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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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숙소에서 새벽같이 길을 나섰다. 목적지 브레멘으로 가는 여정이 무척 길기 때문이다. 족히 4시간 가량은 잡아야 하니까. 거기에다 브레멘에서의 숙소를 아직 정하지 못한 터라 마음이 불안하기도 하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오전 중에 도착해서 빨리 숙소를 구하고 싶었지만 워낙 먼 거리가 되다보니 이미 시계바늘은 낮12시를 가리켰다.

먼저 인포메이션 센터로 직행했다. 내가 원하는 숙소의 유형을 말하고 괜찮은 숙소의 약도와 주소를 받았다. 독일은 길이 잘 정리되어 있어 주소와 약도만 있으면 집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여행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건만 이제 웬만큼 지도 보는 일에는 익숙해진 것 같다.

걱정과는 다르게 아직 숙소는 한산하다. 괜히 걱정했던 것이 억울하게 느껴진다. 기차 타기, 지도 보기 그리고 숙소 구하기까지 해결해 놓았으니 유럽 여행이 한결 쉽게 느껴진다. 막상 시작하고 보면 별거 아닌데, 왜 떠나기 전에는 그렇게 겁먹었던지 모를 일이다.

이곳의 야외극을 보기 위해 일요일을 굳이 택했다. 브레멘을 배경으로 쓰인 동화 '브레멘 음악대'의 야외극은 매주 일요일 정오와 오후 3시, 오후 6시 등 3차례가 열린다고 가이드북의 정보를 철석같이 믿고 이곳을 찾은 것이다. 이미 정오 공연은 놓쳤으니 오후 3시 공연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브레멘 시청 앞 광장으로 가는 길도 어여쁘다. 저 멀리 풍차가 보이고 푸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는 공원도 눈에 들어온다. 시청 앞 광장을 가기 위해서는 죄게 거리를 지나가야 하는데 이 거리에 있는 돼지 동상이 무척이나 앙증맞다. 아이들이 올라타서 장난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돼지 위에 걸터앉아 음식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이곳을 찾은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인 브레멘 음악대 동상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시청 앞 광장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기어코 구석진 곳에서 찾은 브레멘 음악대 동상. 소문대로 정말 자그마하다. 모두들 하나같이 당나귀 다리를 잡고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두 눈을 꼭 감고 당나귀 다리를 만지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때문일까. 남들이 다 하는 것은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지라 나도 두 눈을 감고 당나귀 다리를 만졌다. 진짜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야외극을 기다리며 브레멘 이곳저곳을 누비며 발품을 팔았다. 베저 강가에도 가보고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손꼽히는 뵈트허 거리도 분위기 있게 걸어 보았다. 옛 선원들의 집이 모여 있다는 슈노어 지구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뵈트허 거리에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무척 많다. 모두들 브레멘 음악대와 관련된 장식품을 하나씩 내걸고 있다. 브레멘 음악대 동화가 이 지역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야외극은 시작되지 않는다. 대신 작은 무대에서 아카펠라 공연이 한창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까르르, 깔깔깔 웃으며 공연을 보고 있기에 나도 슬쩍 자리를 잡았다. 독일어를 하나도 모르니 어느 부분에서 웃어야 될지 난감하다. 그래도 사람들의 분위기를 봐가며 웃는 센스~. 공연자들은 아마추어 같은데 실력은 상당하다. 공연을 즐기다 다시 뵈트허 거리를 밟았다. 보면 볼수록 예쁜 거리인 것 같다.

마지막 야외극 시간인 오후 6시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야외극은 시작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신 어린이 행사는 그 열기를 더해간다.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한 아이들이 앞쪽으로 나와 신나게 춤을 춘다. 아이들의 얼굴만 바라봐도 웃음이 절로 난다. 브레멘은 다른 곳보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다. 아기자기한 골목과 거리 여기저기 놓인 귀여운 조각들. 브레멘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여행지이기 때문일까.

끝까지 야외극은 배신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숙소의 같은 방에서 우리나라 여행객을 만났다. 그녀도 야외극을 보기 위해 일찍부터 와서 기다렸는데 오늘은 하지 않은 것 같다고. 알고 보니 어린이 행사 때문에 야외극이 취소되었던 것이다. '악'소리가 나왔지만 어쩌겠는가. 대신 아카펠라 공연과 마술 쇼, 어린이들의 춤 등을 본 것으로 대리만족 해야겠다.

생생한 브레멘의 광장 분위기와 예쁜 뵈트허 거리, 조용한 베저 강가, 예쁜 아이들의 모습 등등. 모든 것들이 만족감을 주었지만 딱 한가지 야외극을 못 본 것은 끝끝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서 브레멘을 다시 찾고 싶다.

정영애(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3학년)

사진: 1. 브레멘 시청 앞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2. 취소된 동물음악대 야외극 대신 즐겨야 했던 아카펠라 공연. 3. 브레멘 시청 앞 광장에 위치한 동물음악대 동상. 두 눈을 꼭 감고 당나귀 다리를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동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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