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을 노출시키지 말라"
지난 달 19일 육군 제31사단 예하 각 부대 신임 소대장으로 부임한 45명의 장교들에게는 특별한 명령이 하달됐다. 육사와 학군 장교 출신인 이들에게 부여된 임무는 '이등병 비밀 병영체험'.
임무를 받은 신임 소위 45명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 모든 보급품을 철저히 이등병 보급품으로 지급받고 최대한 이등병처럼 보일 수 있도록 연습했다. 그리고 각자 해안 격오지 소대급 부대에서 전입 신병들과 함께 신고를 시작으로2박3일간의 이등병 체험에 들어갔다.
이등병들과 거의 비슷한 23-24세의 나이인 이들을 장교로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대장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이번 임무를 몰랐기 때문이다. 기상 점호를 시작으로 '낯선' 병영 생활을 시작했다. 우려했던 '신고식'도 없었다. 병영체험이 끝나고 자신과 함께 했던 동료 이등병이 소대장임을 알고 기겁했다. 반말을 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동료가 장교였다니 놀랄 일이었다.
이번 병영체험에 참석한 김민구(24) 소위는 "자존심 상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소대원들이 진짜 이등병인 줄 알고 아주 친절히 대해주는 등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인간적인 면을 경험했다"며 "고참병이나 간부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언행이나 시설부분에서 개선해야 할 점도 느끼는 등 아주 소중한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또 정 민(23) 소위는 "간부보다 자유롭지 못한 병사들의 문화적 욕구와 애로사항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병사들의 인간적 배려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번 임무는 소대장들이 비록 병사들과 나이가 비슷한 신세대라지만 간부입장에서 병사들의 세계를 직접 체험, 자대 배치 후 소대원 지휘에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한편 31사단 신병교육대 대대장 조영필 중령(43.육사 44기)도 부임 일주일 전인 지난 5월 1-4일 훈련병으로 변장, 훈련 전과정을 체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조 중령은 대학원과 유학 때문에 군에 늦게 왔다는 말로 주변의 의심을 따돌리고 훈련병들과 땀을 함께 흘리며 그들의 애로 사항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31사단 관계자는 "훈련병 또는 같은 또래의 이등병 세계를 체험해 보는 것은 소홀하기 쉬운 의무 복무 병사들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전입해오는 신병교육대 간부는 반드시 이 과정을 거치도록 할 계획이고 이등병체험도 횟수와 기간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대선 출마하나 "트럼프 상대 할 사람 나밖에 없다"
나경원 "'계엄해제 표결 불참'은 민주당 지지자들 탓…국회 포위했다"
홍준표, 尹에게 朴처럼 된다 이미 경고…"대구시장 그만두고 돕겠다"
언론이 감춘 진실…수상한 헌재 Vs. 민주당 국헌문란 [석민의News픽]
"한동훈 사살" 제보 받았다던 김어준…결국 경찰 고발 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