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도청(盜聽)'사건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한심하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는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야당은 무조건 특검(特檢)부터 하자고 하고, 여당은 난데없이 내용 공개 여부를 결정할 제3민간기구 설치 특별법 제정을 들고 나오고 있다. 이는 우연하게 발견된 익사체(溺死體)를 놓고 그 신원이나 사인 규명은 제쳐 놓고 뱃속의 내용물부터 보자는 식이다.
우선 정치권은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만약 검찰의 규명 과정이나 그 결과에 석연찮은 구석이 있으면 그때 가서 특검으로 그 의혹을 풀어가는 게 순서이다.
이번 사건은 그 방대한 테이프 내용을 분석하거나 도청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하려면 엄청난 인력이 동원돼야 가능하다. 이걸 특검에서 하자면 현 검찰조직에 버금갈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게 가능한가. 또 특검에 차출될 인적 구성도 현 검찰 인력이 주축이 돼야 한다. 또 여당의 특별법 추진은 우선 헌법에 규정된 소급 입법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불법'을 한시적으로 '합법화'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입법부가 스스로 담합, '초법률 집단'으로 전락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정작 절실한 건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불법 도청 내용 수사'가 가능한지를 자문할 법조계나 학계 전문가들의 지혜를 제공해 주는 일이다. 더욱이 정치권의 최근 움직임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계산부터 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가 기관의 엄청난 불법 도청 사건에 임하는 정치권의 속내가 이렇다면 국민의 대표로서의 자격이 없다. 검찰은 왜 이런 논의가 나오는지를 잘 알 것이다. 이를 잠재울 첩경은 누가 봐도 수긍할 '진상의 실체'를 국민 앞에 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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