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자원봉사 나선 민족사관학교 학생들

입력 2005-08-03 10:24:00

"공부보다 값진 인생경험 배웁니다"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범물초교의 한 교실. 방학인데도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새어나온다.강원도 횡성에서 공부하고 있는 민족사관고 1학년 김진영, 노우진, 황지혜, 홍동균 등 4명이 의기투합해 방학 중 고향에다 '공부방'을 차렸다.

2일 한복에다 두루마기까지 곱게 차려입은 '선생님'들은 "방학을 맞아 고향에서 뭔가 봉사를 하고 싶었다"며 "어설픈 솜씨로 폐만 끼칠까봐 시설 자원봉사보다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공부 도우미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수업은 매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3시간. 범물초교 6학년생 12명을 모아 영어와 수학을 주로 가르치며 개별학습 시간을 통해 궁금한 점과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꼼꼼하게 챙겨주고 있다. 1일부터 수업을 시작해 방학이 끝나는 이달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김진영 양은 "평소에도 학교 인근의 중학교를 찾아 공부도우미 활동을 해 온 경험을 살려 방학 동안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일단 대구시 교육청에 이메일을 보냈는데 흔쾌히 도와주셨다"고 했다.

부모들도 동참했다. 수업을 받는 12명 학생들의 교재를 모두 장만해 준 것은 물론 순번을 정해 번갈아가며 간식까지 준비해 매일 학교를 찾고 있다.

이들은 공부방 지도가 끝나면 자신의 공부를 위해 학원으로, 각종 캠프로 달려가야 하는 바쁜 방학 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학생들은 "공부보다 중요한 인생의 경험을 얻을 수 있어 세상의 어느 것보다 값진 공부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아주 잘 따라줘 가르치는 게 즐겁고, 올 겨울방학에도 다시 공부방을 개설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한복 두루마기를 곱게 차려입은 민족사관고 학생 4명이 범물초교에 마련된 공부방에서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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