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교육에 올인할 때다

입력 2005-08-03 10:56:55

지난 6월 24일 공공기관 이전안이 발표됐다. 9월 말 확정될 입지선정을 위한 지자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전 기관 임직원들은 주택, 교통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겠지만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역시 자녀들 교육문제일 것이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지자체 유치전략에 특목고, 특수학원 설립 등이 단골 메뉴가 된 것은 이를 반영한다. 대구과학고를 비롯해 지역에는 몇 개의 국립대학교와 포스텍 등 우수한 학교들이 많지만 다양한 교육열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점이 있다. 구미만 해도 R&D 관련 고급인력이 기피 현상을 보이는 것은 결국 교육문제일 것이다.

때맞춰 교육인적자원부는 '공공기관이 집적되는 혁신도시에 교사채용과 학생선발, 교육과정이 완전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공영형 중'고교를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공영형 자율학교는 혁신도시가 기러기 가족을 만드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을 막고 자급요건을 갖춘 정주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이다. 공교육에 활력을 불어넣고 선의의 경쟁을 유발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도요타자동차가 중심이 돼 설립하는 일본판 '영국 이튼 스쿨'에 일본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고 한다. 내년 4월 나고야에서 개교하는 '가이요(海陽) 중등학교'는 중'고등 일관학교로 6년간 전원 기숙사에 수용하면서 스파르타식 엘리트 교육을 한다. 이 학교 설립을 제안한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은 "학력 저하, 사회성 상실, 창조성 약화 등 중심을 잃어버린 교육을 개선하지 않으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국가의 장래는 각 분야를 주도할 인력이 질적으로 얼마나 우수하냐에 달려 있다.

'민족정신으로 무장한 세계적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1996년 강원도에 설립된 민족사관학교는 독특한 영재교육으로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08년 3월 종로구에 국제고를, 구로구에 과학고를 설립할 계획이고, 부산시교육청은 무학년 수준별 보충수업과 학습 부진아를 위한 대학생 교사제, 고교-대학 연계 학점 인정 프로그램, 제2외국어 대학 위탁 교육, 독서지원 시스템을 실시 중이다.

한 명의 천재가 몇 천, 몇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세상에 평준화 제도로는 평균적인 사람을 길러낼지는 몰라도 사회를 이끌어가는 엘리트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수한 학생은 그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기반을 만들어주고 지진 학생은 차별화한 보강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하고 기업의 학교 설립을 적극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도시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훌륭한 교육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점증하는 중국 등의 유학생 유치도 한 측면이지만 인천과 부산이 MIT, 뉴욕 대학교 등의 분교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역에서도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의 세계적인 연구진과 외국기업, 대기업을 유치하려면 교육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부에서는 '대구를 학문의 수도'로 만들기 위해 '대구권 학문공동체'를 구성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지역거점 초일류대학 육성, 초일류인재개발기금 조성, 산업기술연합대학원 설립과 공동 학위제도 도입 등 혁신적인 제안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구는 12개의 이전 대상 기관 중 한국학술진흥재단 등 4개 교육 관련 기관 이전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교육도시로서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는 호기를 잘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지역인재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고 산학연 연계를 통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산업현장 인력을 양성하고 IT, BT, NT 등 신성장 전략산업에 대한 고급전문기술 인력을 양성해 나가야 하며 교육특구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대구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학교도 반드시 설립해야 하고 국제화시대에 발맞추어 영어마을도 많이 생겨나야 한다.

우리 지역은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 학문의 중심지로 지식기반사회를 선도해 나갈 역량과 잠재력이 충분하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위해, 대기업 외국기업 공공기관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도 지금은 교육에 올인 할 때다.

낙동경제포럼 이사장 김 만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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