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음악과 춤, 연극의 매력에 빠져 여름의 불쾌지수는 물론 지난 한 학기 동안의 스트레스까지 날려버려요."
대구학생문화센터의 무대예술 체험교실에 다니는 학생들은 이번 여름방학이 어느 때보다 즐겁다. 원하는 수업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끼를 찾고, 장래의 가능성을 모색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이뤄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문화'를 배움으로써 생활의 활력을 찾고 공부하는 재미도 더욱 커졌다는 이들의 여름나기를 들어봤다.
▲나도 무대 배우
"Fame! I'm gonna make it to heaven~"
뮤지컬 패임의 음악이 연습실에 울려 퍼지자 학생들은 음악에 취해 열정적으로 몸을 흔든다. 댄스뮤지컬 강습을 듣고 있는 여중생들. 어설퍼도 상관없다. 음악에 몸을 싣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잊을 수 있다는 건 지금껏 알지 못했던 충격이다.
"자, 표정이 살아있어야 해요. 뮤지컬은 춤을 잘 춘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강렬한 인상과 표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해요." 선생님의 말에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나름대로 표정을 만들어보지만 금세 어색함에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오전 10시. 방학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른 시간이지만 학생문화센터 강의실 곳곳은 배움의 열기로 가득했다. 다리를 찢어가며 발레 연습을 하고 있는 초등학생들, 보컬실에서 열심히 드럼을 두들기고 있는 학생들, 우아한 자세로 플루트 선율을 타는 학생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객석에서 지켜보며 부러워하던 관객의 입장에서 벗어나 직접 무대 예술의 공연자가 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방학이 끝날 무렵이면 간단하게나마 공연도 할 예정이다. 잘 갖춰진 시설과 무료 강습, 공연 기회 등이 소문나면서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 여름방학 때는 모두 29가지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오페라 체험이나 그림자극 만들기 같이 접하기 어려운 것들도 눈에 띈다.
▲공부 재미까지 살아나요
강의실 곳곳에서 만난 학생들은 한결같이 눈이 빛났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온 수업이기 때문에 의욕도 넘쳤다. 지난 겨울방학에 이어 이번에 다시 뮤지컬 수업을 신청한 김은아(성지중 2년)양은 하루 중 뮤지컬 수업을 듣는 시간이 가장 기다려진다고 했다. 김 양은 "공부를 소홀히 한다고 엄마가 걱정을 해서 '거래'를 했다"며 "원하는 뮤지컬 수업을 듣도록 허락해 주는 대신 오후에는 3군데의 학원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니고 있다"고 했다.
원혜연(성지중 2년)양도 마찬가지. 원 양은 "아침부터 땀을 흠뻑 쏟고 나면 오후에는 지치기도 하지만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다"며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공부를 시작하면 이해가 훨씬 더 잘 된다"고 했다.
학생들은 무대예술 체험학습을 통해 '문화'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까지 배운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정신과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뮤지컬 강사를 맡고 있는 이승아(32'여)씨는 "무대에 서는 것은 나를 가장 자신감 있게 표현하는 활동"이라며 "짧은 기간에 무대 예술의 참맛을 알 수는 없다고 해도 자신을 표현하는 데는 더 당당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 학습의 시대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아직 공부 뒷전으로 밀린다. 많은 부모들이 책보고 암기하고 문제 푸는 공부만 중요하게 여길 뿐 문화'예술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 학습은 이제 빠뜨려서는 안 될 중요한 교육 분야다.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 심미적인 눈을 키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경험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김희중 학생문화센터 관장은 "학교 교육이나 대학입시에서 논술과 면접 등의 비중이 확대되고 사고력 중심의 평가가 자리 잡으면 경험과 이해의 폭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며 "수학 문제, 영어 단어보다 공연을 보고 감동을 제대로 묘사할 줄 아는 능력이 더 높게 평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학생문화센터에서는 무대예술 체험교실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문화를 이해하는 데는 직접 무대 위의 주인공이 돼 보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 김 관장은 "체험 교실을 통해 더 많은 학생이 문화와 예술을 생활의 일부로 즐길 수 있게 되고, 또 숨겨진 끼를 발견한 학생들이 전문예술가로서의 꿈을 키워 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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