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과 금세 친해져 한민족 실감"
"한 민족이라는 말, 정말 가슴에 와 닿았어요."
효성중학교 학생 15명이 지난 22일부터 29일까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조선족 동포들이 모여 사는 중국 연변의 학교와 고아'노인시설 등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벌인 것.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 땅을 다지고, 조선족 학생들과 함께 보드게임과 축구 등을 즐기기도 했다. 백두산 천지에 올라 북한땅을 바라보며 분단의 아픔도 실감했다.
1일 오전,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체험 소감문을 작성하느라 학교에 모인 학생들은 난생 처음 외국을 나가본 데다, 우리와 핏줄을 나눈 조선족 동포를 만났다는 흥분을 아직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조선족들 말투가 꼭 북한 사람 같아요. 처음에는 굉장히 지저분한 동네라고만 생각돼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순박한 데다 친절하기까지 해 금세 친해질 수 있었죠."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을 글썽대기도 했고, 방에 기어다니는 지네와 바퀴벌레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만 굴뚝 같았는데, 막상 돌아오니 중국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는 학생들.
7박8일 간의 연변 일정은 바빴다. 잠자리를 제공해 준 제일직업기술고중 중평분교에서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 땅도 다지고, 왕청현 노인학교를 방문해 게이트볼장의 잡초를 뽑고 시설을 정리했다. 백승엽(15) 군은 "땅을 고르기 위해 드럼통처럼 생긴 롤러를 굴리는데 너무 힘이 들었다"며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여름철에 일해보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고아학교를 방문해 아이들과 즐거운 한나절을 보내기도 했다. 할리갈리, 젠가 등 간단한 보드 게임에 윷놀이까지 하며 하나됨을 느낀 것. 남학생들은 웃통을 벗고 함께 축구를 하기도 했다. 류경호(15)군은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친구들이라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축구가 끝난 뒤 웃으며 악수를 건네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꼬박 사흘을 봉사활동에 힘쓴 덕일까. 학생들은 맑게 갠 모습을 보려면 5대에 걸쳐 선행을 쌓아야 한다는 백두산 천지의 장관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이지연(15) 양은 "현지에서 배탈이 났는데 천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배 아픈 것을 다 잊을 정도였다"며 "천지에 비가 오지 않는 날은 한 달에 2, 3일밖에 되지 않는다는데 그 행운을 잡게 돼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효성중 학생들이 이렇게 중국까지 해외자원봉사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은 지난해 교육부 지원 교육복지 투자우선지역 학교로 선정된 덕택. 연간 1억5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방과 후 학습지도는 물론 문화'체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학교에서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외 봉사활동의 경우 학교에서 실시하는 일반적인 단체 봉사활동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체험하고 민족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한다는 목적이 더 컸다.
윤종우 교장은 "봉사의 진정한 의미는 보육'노인 시설 등을 방문해 노동력을 제공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베풀면서 필요성을 배우고 깨닫도록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3년 동안 교육복지 사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중국 연변주 연길의 조선족 고아학교의 아이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효성중학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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