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에 맞나'책 내용부터 살펴라

초등생 독서지도 이렇게…

요즘 방학이 되면 학부모들이 경쟁적으로 매달리는 아이템 가운데 하나가 '독서'다. 특히 책읽기와 논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번 여름방학에는 어떻게든 아이에게 책읽기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한 학부모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독서는 마냥 다그친다고 되는 게 아니고, 학원에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부모가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깊어가는 여름방학, 자녀에게 무엇을 어떻게 읽힐지 함께 고민해 보자.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라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일 때 흔히 '권장도서 목록'을 참고하게 된다. 이런 권장도서 목록은 동·서양 고전들로 구성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으니 잡다한 독서를 하는 것보다 꼭 읽어야 할 고전이라도 챙겨 읽자는 의도겠지만 문제는 이 '고전'의 상당수가 학생들이 읽기에는 이해조차 어려운 것이 많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자녀에게 읽힐 책은 부모가 먼저 읽어보는 것이 좋다. 시간이 없다면 최소한 서평 등을 통해 내용을 파악하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인지, 읽어서 오히려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현직 교사 22명이 참가해 1년 동안 꼼꼼하게 책을 선택한 대구동부도서관의 '추천도서 맛보기'코너는 믿고 선택할 만하다. 학교도서관 담당 교사들이 직접 책을 읽고 워크숍과 특강, 사례발표와 현장경험에 대한 토의 등을 통해 선정했다.

▲출판연도부터 편집까지 꼼꼼히 챙기세요.

누구나 한번쯤은 읽게 되는 동화 '미운 오리 새끼'도 판본은 여러 가지다. 옛날에 출판돼 색감과 인쇄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있고 산뜻한 편집에 아이들 입맛에 딱 맞는 삽화까지 곁들인 것도 있다. 전문가들은 책을 선택할 때 꼭 출판연도를 주의해서 보라고 조언한다. 가능하면 최근에 출판된 것이 아이들 성향에 제대로 맞춘 것들이라는 것. 아무리 좋은 책도 눈길을 끌지 못하게 편집돼 있다면 책 읽기의 맛을 반감시킬 수 있다. 특히 과학서, 역사서 등 지식을 전달하는 책은 가능하면 최신판을 봐야 한다. 오래된 책은 과학적 사실의 변화, 역사적 시각의 변화 등을 담아내지 못해 잘못된 정보를 알려 줄 우려가 있다.

▲줄거리만 알면 안되죠

학생들 중 상당수는 줄거리에 치중해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전체의 개요만 파악하는 수준의 독서를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이는 잘못된 독서 습관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줄거리를 아는 것은 책을 읽는 목적 중 극히 일부분이면서 가장 일차적인 차원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다양한 표현을 익히고, 상상력을 자극해 사고력을 높이며, 주인공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간접체험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독서의 진정한 묘미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태도를 바꿔야 한다. "줄거리가 뭔지 말해 볼래? 그래서 주인공이 어떻게 됐는데?" 식의 질문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나라면', '반대의 경우에는' 등의 다양한 가정을 해 본다면 자녀의 상상력을 좀 더 발전시켜 줄 수 있다.

▲만화 피해가기

아이가 무조건 사 달라고 우기는 책은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조악한 그림과 줄거리로 가득한 만화책이거나 게임 캐릭터 등을 차용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 만한 내용으로 급조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아이를 아무리 타일러도 계속 졸라댄다면 좋은 책과 나쁜 책 모두를 보여준 뒤 스스로 비교해 차이점을 알게 하는 것이 좋다.

학습만화라고 해서 무조건 사 줘서도 안된다. 만화는 이야기에 대한 이해는 높일 수 있으나 상상력을 제한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자녀의 흥미를 유발하는 용도로 저학년 시기에 잠시 활용 가능하지만 학년이 올라가서도 계속 만화만을 고집한다면 억지로라도 일반 줄글로 옮겨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도움말: 박진홍 교사(성화여고), 석정숙 대구 동부도서관 열람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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