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 일관 국정원 자체조사 보고

입력 2005-08-02 11:50:22

핵심의혹 추궁엔 "아직 조사중"

국정원이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안기부 X 파일' 수사와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했지만 알맹이는 다 빠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정원의 이 같은 미온적 태도는 공운영 전 미림팀장으로부터 불법 도청테이프와 자료를 모두 압수, 소각했다던 당초 발표와는 달리 지난달 27일 그의 집과 사무실에서 다시 무려 274개의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이 발견된 것이 결정적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안보고를 며칠 앞두고 국정원 조사의 신뢰도에 적지 않은 흠집을 만들었기 때문이다.김승규 국정원장은 정보위에서 검찰이 압수한 274개의 테이프와 소각한 테이프가 동일한 것인 지, 그리고 다른 불법 도청테이프가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미림팀의 재구성 경위와 배경, 그리고 보고라인 등에 대해서도 사실상 함구했다.그는 "오정소 전 1차장 등 전직 핵심인사들이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사실관계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신속한 조사 진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정보업무 자체가 비밀유지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작 당사자가 아니면 실태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사자들이 '입을 열지 않으면' 조사는 답보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국정원 관계자는 2일 "이르면 이번 주말께 대국민보고형식으로 조사 결과가 발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정보위 현안 보고를 감안하면 국정원의 조사가 이른 시일내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만일 이른 시일내에 발표된다면 알맹이 없는 공허한 발표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는 우선 1994년 미림팀 재구성을 지시한 인물과 보고라인 등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조사 결과를 수긍하기 어렵게 될 것이고 이 부분은 핵심 당사자가 입을 열지 않으면 전모 파악이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 전 실장을 비롯한 전직 핵심인사들이 '업무로 취득한 비밀은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는 국정원 수칙을 엄격히 준수한다면 전모 파악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국정원이 미림팀과 관련한 조사대상이라고 밝힌 43명 가운데 현직이 18명이라는 점이 그나마 조사 결과에 기대를 걸게 하는 부분이지만 이들의 입에서 어느 정도 ' 알맹이 있는' 진술이 나올 것 인지는 불분명하다.

국정원 관계자는 "현직 관련자 18명에 대한 조사 결과, 혐의가 명백히 드러나면 사법처리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의 시효인 7년이 이미 지났고 '시켜서 한 일을 따라서 한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도구이론도 적용될 수가 있다"면서 사실상 사법처리 대상은 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연합)

사진: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김승규(왼쪽) 국가정보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불법도청 관련 현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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