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처 '2004년도 세입·세출결산'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적표는 한마디로 '외화내빈'으로 압축된다.국회 예산정책처가 1일 펴낸 '2004년도 세입.세출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수출은 무려 31%의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며 내수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우리경제의 성장률을 4.6%선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또 불안조짐을 보이던 소비자물가는 3.6% 선에서 안정돼 외형적 지표는 그나마 '합격점'이라는게 보고서의 평이다.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고용의 질은 나빠지고, 양극화는 심화됐으며, 성장잠재력은 약화되는 등 경제의 '체질'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의 질 악화
작년 전국의 취업자 수는 1.9%의 증가율을 기록, 전년의 마이너스(-0.1%) 성장에서 탈출했다.그러나 일자리가 늘어난 것과는 거꾸로 고용의 질은 악화됐다. 작년 청년(15∼29세) 실업률은 7.9%로, 전년(7.7%)에 비해 0.2% 포인트 올랐다. 전체 실업률(3.5%) 의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정규직 취업자수는 전년 대비 35만2천명이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 취업자는 78만8천명이 증가, 고용시장의 비정규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양극화 심화
경제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는 양극화 문제는 참여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나빠졌다.
수출-내수, 제조업-서비스업, 고소득층-저소득층간 격차가 전년보다 더 벌어진것.
수출의 성장 기여율은 85.4%로 높은 반면 내수는 14.6%에 그쳤으며, 제조업은 11.4%로 고성장을 이어간 반면 서비스업은 1.3%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소득상위 20% 계층과 하위 20% 계층간 격차를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은 2003년 5.22에서 2004년에는 5.41로 높아져,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 성장잠재력 약화
성장동력과 직결된 설비투자도 최악의 상황을 기록했다.국내 총생산에서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설비투자율은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인 9.2%로 주저앉았다.
투자 부진은 '성장엔진'을 의미하는 성장잠재력 약화로 이어지는 분위기다.보고서는 80년대 7.5%, 90년대 6.6%에 달하던 잠재성장률이 2000년 이후 5%내외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하면서 경제의 기초체력이 갈수로 약화되고있다고 경고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