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일 연방 상원의 인준 없이 존 볼턴 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을 유엔 대사로 임명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의 반대로 볼턴 인준이 난항을 겪자 의회가 휴회중일 경우 상원의 승인 없이 공직자를 임명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이에 따라 볼턴은 차기 상원의 첫 회기가 소집되는 오는 2007년 1월까지 대사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미 상원은 이날부터 9월 초까지 휴회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부시 대통령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으며, 유엔은 볼턴의 입성을 수용하면서도 미국의 독선적인 노선 추구를 경계했다.
◇ 부시,"유엔대사직 비워둘 수 없어" = 부시 대통령은 볼턴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양쪽에 세워둔 채 그의 유엔 대사 임명을 발표하면서 자신은 전적으로 볼턴을 신임하고 있으며 "전쟁과 유엔 개혁을 둘러싼 중요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6개월이나 공석인 유엔 대사직을 더 이상 비워둘 수 없어 헌법적 권한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볼턴은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 장관이 지시하는 의제들을 수행하기 위해 열심히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는 (유엔이) 설립자의 이상에 걸맞고, 21세기에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는 더 강하고 효율적인 기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턴은 오후 취임식을 가진 뒤 곧장 뉴욕으로 떠나 일을 시작할 예정이다.
◇ 민주당 맹공 =부시 대통령의 볼턴 임명 강행에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존케리 상원의원은 "잘못된 결정", 같은 당의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권력 남용"이라며 강력 비난했다.
케리 의원은 부시 대통령의 헌법적 권리는 인정하지만 이번 조치는 "잘못된 결정"이라면서 "이는 유엔에서의 미국의 목표를 확보하기 위한 볼턴의 적격성과 권능을 감소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네디 의원은 "5주간의 휴회를 이용해 임명을 강행한 것은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하는 헌법적 요건을 피해가려는 정도를 벗어난 조치이자, 볼턴의 신뢰성을 둘러싼 흑막을 더욱 어둡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의 리처드 루거 상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1월 이후 유엔 대사가 공석인 상태이기 때문에 유엔의 가을 회기가 시작되기 전 유엔 개혁을 이루기 위해 역할을 해야할 볼턴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부시 대통령의 조치를 두둔했다.
◇ 유엔, 일단 환영 =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는 다른 미국의 상주 대표들과 함께 일했던 것처럼 볼턴과도 일할 것"이라면서 "유엔의 중요한 개혁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그가 오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볼턴이 유엔개혁 및 대외 정책에 강경파라는 점을 의식한 듯, "유엔대사는 다른 190개 유엔 회원국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면서 "(유엔의) 행동이 취해지기 위해서는 그들 중 다수가 확신을 가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의 전체 회원국은 191개로 아난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볼턴 대사 임명을 계기로 구미에 맞게 유엔을 개혁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할 가능성을 사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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