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진철(33·대구시 북구 관음동)씨는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을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연일 급등하는 기름 값을 감당하기가 벅차 한 푼이라도 싼 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길을 가다 곳곳의 주유소를 눈여겨 본 뒤 싸다 싶은 곳을 기록해 뒀다가 그곳에서 기름을 넣고 할인카드나 제휴회사 신용카드를 제시하면 2천~3천 원은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 근처에 있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는데 주유소에 따라 ℓ당 가격이 100 원 이상 차이나는 곳까지 있다"며 "항상 가격을 눈여겨 봤다 주유시에는 조금 멀더라도 싼 곳을 찾게 된다"고 했다.
천정부지의 고유가 시대, 기름 값을 아끼려는 운전자들의 몸부림이 처절하다. 지난 1월 ℓ당 1천319원이던 대구지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이 7월 27일 현재 1천425원으로 100원 이상 뛰었다. 이에 따라 기름 값이 싼 주유소를 찾아 헤매는 차량이 늘었으며 아예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부쩍 많아졌다.
주유소협회 대구지회가 지난달 27일 주유소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달서구 상인동 ㄷ주유소 경우 ℓ당 휘발유 가격이 1천499원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북구 읍내동 ㄱ주유소는 ℓ 당 1천360원에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어 그 차이가 139원에 이르렀다. 3만 원을 주유할 경우 2ℓ, 가격으로는 2천800원 가량 차이난다.
최정수(41)씨는 "운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에어컨 사용이 많아 기름 값 부담이 만만찮다"며 "좀더 싼 곳에서 기름을 넣으면서 할인카드제도나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고 했다.
주유소에도 휘발유를 가득 채우는 사례는 좀체 찾기 힘들다. 남구 대명동 ㅇ 주유소 임규성(39)씨는 "예전의 경우 3, 5만 원 단위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고 '만땅(가득의 속어)'을 외치는 사례도 적지않았는데 요즘은 1, 2만 원 짜리가 많다"라며 "경기침체에 고유가로 판매량이 1년 전보다 20% 가량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일 오전 10시쯤 대구 북구 침산동 ㅈ 아파트. 한낮인데도 아파트 주차장엔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출근할 때 시내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기름 값을 아끼려는 운전자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
아파트 관리원 전건도(60)씨는 "기름 값이 오르고부터 차를 두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 평일에도 주차 공간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 직장 동료인 강전우(41), 전용범(37), 이종민(37)씨는 최근 승용차 함께 타기(카풀)를 시작했다. 대구 북구 서변동의 인근 지역에 사는데다 직장도 같아 한 대의 차량으로 출·퇴근을 하기로 한 것. 이들은 보름 단위로 번갈아 가면서 차를 운행하기 때문에 혼자 타고 다닐 때보다 3분의2 가량 기름 값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관공서도 에너지 절약에 나섰다. 대구의료원은 1일부터 전직원 차량 2부제를 전면실시했으며 7월30일 직원들의 자전거타기 운동 발대식을 가진데 이어 자전거 구입 직원 50명에게 구입비용의 반액을 의료원에서 지원키로 하는 등 자전거타기 활성화에 나섰다.
운전습관을 바꿔 기름을 아끼는 '알뜰운행'도 많아졌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경제속도는 시속 60∼80km. 또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고 차를 모는 모습도 늘었다.에너지관리공단 대구경북지사 한종현씨는 "에어컨을 가장 세게 틀 경우 연료 소모량이 20~24% 늘어나 연비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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