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입력 2005-08-02 08:37:32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1902~1934) '엄마야 누나야'

이 세상에 '엄마야 누나야'만큼 친근한 호칭이 있을까요? 함부로 떼를 쓰고 잘못을 해도 달래주고 감싸주는 모성이지요. 시인은 지금 엄마와 누나를 부르며 강변에 살자고 합니다. 강변은 생명의 근원인 물이 흐르는 곳, 엄마와 누나로 환기되는 모태공간, 즉 본래적인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강변 살자'라는 말은 본래적인 삶을 살자는 말이지요. 뜰에는 금모래가 반짝이고, 뒷문 밖에는 갈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아파트의 숲에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시각적 환희(반짝이는 금모래 빛)와, 청각적 울림(갈잎의 노래)이 조화를 이룹니다. 그런 아름다운 공간을 상실하고 조롱 속의 새처럼 도시문명의 울타리에 갇혀 살고 있기에, 80여 년 전에 쓰여진 이 작품이 오늘도 우리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요?

이진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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