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후예' 자부심… '튀는 인물' 많아
"이탈리아는 조상으로 먹고산다"는 말이 있다. 로마문명의 찬란함을 일컫는 말이지만 오늘의 이탈리아인들의 불초(不肖)함을 비꼬는 뜻도 담겨 있다.
경주 사람들도 이 같은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곤혹스럽다. 한반도 동남쪽의 궁벽한 땅에서 한반도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룩하고 세계 문명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문화를 만들어낸 신라인들의 광휘(光輝)는 어떤 면에서는 오늘의 경주인들을 초라하게 만든다.
그래서 서울의 경주사람들은 신라의 후예라는 자부심과 함께 '못난 후손'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항상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가고 있다.
경주는 천년고도답게 인물도 많이 배출했다. 그중에는 '튀는 인물'도 상당수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유시민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과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이다. 두 사람 모두 소속 정당의 노선을 뚜렷이 대변하며 정강'정책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 '이데올로그'이자 논쟁에서 절대로 지지 않는 '독설가'이기도 하다. 문재(文才)도 뛰어나 유 의원이 학생운동을 하다 투옥됐을 때 쓴 '항소 이유서'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문장이 바로 이런 것"이란 평가를 받았고, 이 의원도 대우경제연구소장 시절 발표한 경제칼럼으로 유명했었다.
이들 외에 정치권에는 오랜 도전 끝에 국회입성에 성공한 정종복 의원이 있고 전직으로는 황윤기, 김일윤, 정호근, 임진출 전 의원 등이 있다.
관계에는 이태식 외교통상부 차관, 정강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등이 고위직 반열에 올라 있다. 이 차관은 지난 73년 관계에 입문한 이후 주EU 공사, 차관보, 주영국대사 등을 거쳤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행정고시에 패스한 뒤 차관급인 총리 비서실장까지 오른 정 원장은 총리실 공무원들 사이에서 최고의 총리비서실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밖에 최양식 행정자치부 정부혁신본부장, 김광조 교육인적자원부 인적자원총괄국장, 이은우 과학기술부 연구조정총괄담당관, 박승규 정보통신부 교육원장, 한춘구 한국전파기지국 사장 등도 경주출신이다.
전직들은 더 화려하다. 현재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상근이사로 있는 김수학 전 국세청장, 이원경 전 외무부장관, 주일본 대사를 역임한 최상룡 고려대 교수,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 권영해 전 안기부장, 이인섭 전 경찰청장, 김하경 전 철도청장, 손일조 전 서울지방노동청장, 구홍일 전 경찰청 차장, 황수웅 전 국세청 차장, 김하경 전 철도청장 등이 모두 경주사람이다.
군에도 인물이 많다. 육'해'공 3군 가운데 해'공군에서 참모총장이 나왔다. 이은수 전 해군참모총장과 박춘택 전 공군참모총장이다. 또 정수성 전 1군사령관, 김광평 전 통신사령관, 손수태 전 육군제3사관학교장, 최동진 전 국방부 획득실장, 이광희 전 논산훈련소장 등도 경주가 낳은 무인(武人)이다. 현직으로는 김문조 3군지사사령관, 우경하 해병대사령부 참모장 등이 있다.
재계에는 거물급 경영자들이 눈에 띄지 않아 다른 분야에 비해 맨 파워가 약한 편이다. 저가의 신사복으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파크랜드의 박성동 사장, 얼음 나오는 정수기 청호나이스의 정휘동 청호그룹 회장, 진단용 시약 전문업체인 영동제약의 이정문 대표이사, 이봉관 서희그룹 회장, 콘돔 등 고무제품 전문회사인 유니더스의 김덕성 대표이사, 손영식 조양화학 사장 등이 있으며 전문 경영인인 손진방 LG전자 사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 힐튼호텔 사장도 이곳 출신이다.
금융계에는 현직에 재무부 출신의 신호주 코스닥증권시장 사장과 정의동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손복조 대우증권 사장, 김병태 동부화재 부사장 등이 포진해 있다. 이규정 전 국민은행장, 장만화 전 서울은행장, 변종화 전 국민카드 사장 등이 있다.
문화'예술계에는 다재다능한 사람들이 많다.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만화가 이현세씨다. '공포의 외인구단'을 통해 만화를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갑스' '마누라죽이기' '신라의 달밤'을 히트시켜 흥행 제조기로 통하는 영화감독 강우석, KBS 국악관현악단 상임 지휘자를 역임한 김용진 세중문화회관 사장, 국내 제1의 법전출판사로 유명한 현암사의 조근태 대표이사, 유시민 의원의 누나인 소설가 유시춘, 청마 유치환이 경주고 교장시절 아꼈다는 김해석 시인, 도예가 이종능, 가수 한혜진씨 등도 경주출신이다.
학계 인사로는 '행동하는 지성'으로 줄곧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해온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 '신바람 박사' 황수관 전 연세대교수, 열린우리당 창단준비위원장을 역임한 이태일 경기대 교수 등이 있다.
언론계에는 정연주 KBS사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의 사장 발탁을 두고 전형적인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정 사장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편파방송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노조로부터 퇴진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이 밖에 이동한 세계일보 부사장, 이진곤 국민일보 논설위원, 이범락 중앙일보 영남사업본부 부국장, 최종천 한국경제신문 광고국장, 김진태 파이낸셜타임즈 상무 등이 있다.
법조계 인사로는 한영석 전 법제처장, 이정락 전 서울형사지법원장, 이영우 전 창원지검 차장, 김정술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사시 합격후 바로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해 국내 5대 로펌인 법무법인 율촌의 대표가 된 우창록 변호사, 조희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문재근 의정부지검 형사 4부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주치의였던 주문배 전 강북삼성병원장, 최용만 이화여대부속병원장, 디스크 치료의 명의로 꼽히는 김형섭 우신양의료재단 이사장, 정치천 동국대 한방병원장 등이 유명하며 체육계에는 88서울올림픽 탁구단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한 강문수 삼성생명보험 남자탁구단 감독, 서상길 전 대우탁구단 감독 등이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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