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천지(天池) 괴물

입력 2005-08-01 11:54:57

대자연은 때때로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함께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는 비경(秘境)은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구전 이야기나 소설, 영화의 소재로 즐겨 이용된다. 신비로운 대자연과 인간의 상상력이 결합돼 나타나는 전형적인 것의 하나가 '괴물 이야기'다.

◇ 신비의 괴물 이야기는 여러 나라에서 전해져 온다. 영국 네스 호수의 '네시', 노르웨이 셀요르드 호수에 산다는 검고 큰 눈에 말대가리 모습을 하고 있다는 '셀마', 미국 챔플레인 호수의 '챔프', 캐나다 오카나간 호수에 산다는 목에 톱니가 있고 사자 비슷한 갈기를 지녔다는 '오고포고', 호주의 한 호수에 산다는 개 비슷한 모습의 버닢이라는 수룡(水龍) 등이 회자되고 있다.

◇ 그 중 대표주자는 단연코 '네시'다. 1천500여 년 전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는 오랜 괴담이다. 네스 호(湖)는 길이 약 35㎞에 폭 약 1.8㎞, 깊이 최고 290m 정도나 되며 저수량이 무려 100억t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 스코틀랜드의 고성(古城)과 황량한 벌판, 귓전을 스치는 바람소리 등의 이미지가 겹쳐져 어딘가 음산하면서도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끈다.

◇ 1520년부터 목격담이 전해져 온 네시 이야기는 험준한 지형 탓에 잊혀 있다 1933년 부근에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목격자가 늘기 시작했고 영화로도 만들어지면서 세계적 화제가 됐다. 1960년대엔 옥스퍼드와 캠브리지 대학, 70년대엔 미국 MIT대학,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까지 네스 호 탐사에 나섰을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70년대 프랭크 시얼이 찍은 네시 사진의 조작 판명 등이 잇따르면서 이후 네시 열풍도 점차 수그러졌다.

◇ 우리 민족의 성지 백두산 천지에서 괴물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쪽 창바이(長白)산 자연보호관리국의 중국인 연구원이 지난 달 21일 천지에서 신비한 괴물체가 튀어오르는 모습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다는 것이다. 약 7~8m 길이에 겉은 검고 배 부분이 희며 곤충의 날개 비슷한 것이 있다는데, 같은 연구소의 소장은 천지의 대형 물고기가 굴절 현상으로 인해 그렇게 보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천지에 실제로 괴물이 있다면 전세계 '호수 괴담' 중 괴물존재설이 입증되는 첫 케이스가 아닐까.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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