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도청테이프 274개 발견…파문 확산

입력 2005-07-30 10:03:07

검찰이 안기부 특수도청조직 '미림'의팀장 공운영씨 자택에서 불법 도청과 관련된 듯한 녹음테이프 274개와 13권 분량의녹취 보고서를 확보함에 따라 안기부 불법 도청 파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있다.

검찰은 테이프와 녹취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파괴력를 의식, 철저히 입단속에 나섰지만 개당 120분 분량인 274개의 테이프에 담긴 내용과 유출 경위를 둘러싼 의혹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핵폭탄급' 내용 담겼나 = 공씨는 26일 자해 소동을 벌인 뒤 자술서에서 테이프를 국정원에 모두 반납했고, 더 이상 추가 유출된 테이프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일단 거짓말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 감찰실장을 지낸 이건모씨가 공씨로부터 받은도청 테이프를 들은 뒤 "소름이 끼쳤다"고 한 점을 감안하면 정치권, 재계, 언론계, 학계 등 각계 각층을 도청한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공씨는 "대통령만 빼고 모두 도청했다고 보면 된다"라고 언론 인터뷰에서털어놓아 도청 테이프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는 게 국정원,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이미 MBC를 통해 보도된 불법 도청 테이프의 내용이 재벌그룹 최고위 관계자와언론사 사주의 대화를 도청한 것이었던 점을 보면 274개의 테이프의 가공할 파괴력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당장 김영삼 정부 때 있었던 '안풍', '총풍' 등 대형 사건을 둘러싼 권력 기관의 암투와 정치권의 이전투구, 재벌 비리도 고스란히 담겼을 수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 저질러진 도청실태가 이번 검찰 조사에서 드러날 경우 책임자처벌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법 도청 테이프 더 있을까 = 이번에 발견된 274개의 도청 테이프가 공씨가반납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른 것이라면 유출된 불법도청 테이프의 규모는 종잡을수 없게 됐다.

이건모씨가 공씨로 부터 반납받았다고 진술한게 사실이 아니라면 이번에 발견된테이프는 공씨가 갖고 있던 200여개의 테이프일수도 있지만, 공씨 주장과 이씨 진술이 상당부분 일치하는 점을 보면 일단 이번에 검찰이 확보한 테이프는 공씨가 원래갖고 있던 것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YS 정부 시절 미림이 제작한 테이프 분량이 총 8천여개에 이른다는 관련자들의주장도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추가 테이프의 존재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사태.

다만 이번에 압수한 테이프가 국정원에 반납한 테이프의 복사본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것인지, 아니면 반납한 테이프와 완전히 별개의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어공씨에 대한 조사를 거쳐야 규명될 것으로 판단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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