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푹푹 찌는데…고장신고해도 A/S 차일피일
"에어컨을 쳐다보면 시원키는 커녕 열불이 뻗칩니다".
오모(54·대구 달서구 용산동)씨는 이달 초 고장난 에어컨의 부실한 애프터서비스(A/S)를 따지기 위해 에어컨 판매대리점에 항의하다 경찰에 끌려갈 뻔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화통이 터진다. 1년 전 200여만 원을 주고 산 에어컨을 지난달 말 새로 켰지만 찬바람이 나오지 않아 10여일간 4차례나 A/S를 불렀고 냉매가스까지 교체했지만 헛수고였다.
하지만 대리점측은 '환불은 절대 안 된다'며 가게에서 새벽까지 거세게 항의하는 오씨를 업무방해로 신고한 것. 오씨는 "약관에는 같은 고장이 반복되면 환불된다고 명시돼 있다"며 "결국 돈을 돌려 받고 다른 에어컨을 구입했지만 팔 때와 서비스할 때 얼굴이 이렇게 다르냐"고 화를 냈다.
수성구 지산동 한 사무실 사원들은 최근 에어컨이 고장나 일주일 넘게 푹푹 찌는 사무실에서 지내야 했다. 에어컨 제조회사 ARS로 고장신고를 했지만 '부품조달에 시간이 걸린다'며 늑장을 부린 것. 이곳 직원은 "영업사원들이 업무에 엄청난 지장을 받았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주부 김윤수(45·가명·수성구 지산동)씨도 에어컨 얘기가 나오자 열부터 냈다. 지난 해 여름 '대기업 브랜드'만 믿고 구입한 에어컨의 냉기가 살 때부터 신통찮았다. 3차례나 A/S직원을 불렀지만 '기계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뿐이었고, 김씨 가족은 기껏 산 에어컨을 세워두고 선풍기로 더위를 견뎌야 했다. 그런 김씨는 얼마전 이사한 후에서야 원인을 알게 됐다.
에어컨 이전 경험이 많은 이삿짐센터 직원이 "가스가 샜을 것"이라며 휘어진 배관을 가리킨 것. 김씨는 "이삿짐 직원에게도 보이는 하자가 전문 A/S직원에게는 왜 보이지 않았느냐"며 "에어컨 이용에 이상이 있으면 성의껏 봐줘야 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불볕 더위, 열대야로 인한 에어컨 구입과 사용이 늘면서 에어컨 고장 수리에 대한 성의없는 서비스가 시민들을 열받게 하고 있다.
27일 모 대기업 에어컨 대구지사에 따르면 수성구, 동구 일대에서만 요즘 하루 평균 400여건 가량의 고장신고가 폭주, 부품조달마저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 이 중 70% 가량이 에어컨 배관이나 설치하자로 인한 가스누출. 이 경우 제조사측은 '기계에는 하자가 없다'며 에어컨 구입처나 설치 업체측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여서 고장 원인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구매자만 골탕먹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한국소비자연맹 대구지회 송지연 간사는 "한 달 이내 중대한 하자가 있으면 교환·환급이 가능하지만 무성의한 A/S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이달 초까지 한달 동안 34건의 에어컨 관련 고발이 접수됐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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