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외손, 보물급 베트남 佛像 기증

입력 2005-07-28 09:42:51

"아들 앗아간 동양계 갈등 해소됐으면..."

"제 아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아시안의 화합과 평화를 기원하면서 불상을 기증했습니다." 명성황후의 외손이면서 희귀한 고미술품을 수집해온 미 연방항공청(FAA) 항공고문관 체스터 장(67.한국명 장정기)씨가 값을 매기기 힘든 보물급 베트남 불상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에 기증해 화제다.

어머니 민병윤(92)씨의 할아버지(민영휘)가 명성황후의 친동생인 장씨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후 첫 영사관 개설을 위해 파견된 장지환씨의 아들로, 이미 LACMA에 한국 고미술품 400여점을 기증하고 하와이대 한국관에도 100여점을 기증하는 등 미국사회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

특히 장씨는 조종사인 큰 아들 클래런스(26)가 불과 2개월여 전인 지난 5월7일새벽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서 발생한 베트남계와 중국계 등 아시안 갱들간의 다툼을 말리던중 총격을 받고 어이없이 숨지는 충격속에 '아시안의 화합'을 기원하며기꺼이 불상을 내놓았다.

전세계에 수천점이 퍼져있는 중국, 티베트 등지의 불상과 달리 베트남 불상은현재 50점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목조 좌불상은 높이 약 90cm이고 18 세기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남가주대학(USC)에 입학, 행정학 박사학위를 따는 틈틈이 조종 기술을 익혀 195 8년 조종 면허를 취득하고 미국 취항을 노리던 대한항공 교관을 맡아 1972년 KAL기를 미국땅에 처음 착륙시킨 그가 불상을 손에 넣은 것은 1969년.

당시 사이공(현 호찌민)에서 5천달러라는 거액을 주고 불상을 사들인 그는 FAA 괌 사무소에 근무하던 1981년 홍콩이 착륙을 거부한 베트남 보트피플을 LA로 수송하면서 베트남 사람들과 다시 한번 인연을 맺게 됐지만 24년이 흘러 베트남계가 포함된 갱단에 아들을 잃는 악연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불상에서 용서와 평화를 찾았다.

장씨는 "평화는 다른 커뮤니티와 함께 해야 이뤄지며 또한 서로 다른 문화에 접근하면서 유사성을 찾을때 화합할 수 있다"면서 "우리보다 뒤늦게, 그것도 거의 빈손으로 미국에 와 생활하기 바쁜 베트남 사람들에게 '우리에게도 이런 문화가 있다' 는 자긍심을 심어줌으로써 궁극적으로 아시안의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말했다.

키스 윌슨 LACMA 아시아미술국장은 "소중한 이 불상을 일단 8월말까지 동남아시아관에 전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산타모니카에서 살고 있는 그는 여전히 소장하고 있는 수백점의 문화재를 분류, USC의 도산 안창호 기념관과 각 미술관, 박물관에 모두 기증할 계획이다.

한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6일자 문화섹션에서 2개 면에 걸쳐 장정기씨의 기증 사연을 상세히 소개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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