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JSA '전우애'

입력 2005-07-27 12:03:55

우리는 가끔 보통사람들이 엄두도 내지 못할 용감하고 의로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 앞에서 숙연해지고 부끄러워진다. 불길 속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을 구하려고, 시민을 위협하는 강도를 잡기 위해, 차에 칠 위기의 사람이나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장렬하게 산화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오늘의 세태 속에서 이 같은 의인(義人)들의 인간애와 희생정신은 우리에게 어떻게 사는 게 참다운가를 되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장병들이 어제 강둑에서 전술 훈련 중 발을 헛디뎌 급류에 휩쓸린 동료를 구하려고 강에 뛰어들었다가 네 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한 병사가 물에 빠지자 중대장이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소리치며 강에 뛰어들었지만 구조에 실패하자 두 병사, 다시 소대장과 한 병사가 몸을 날렸다. 하지만 구명정에 의해 중대장이 구조되고, 한 병사만 헤엄쳐 나왔다.

○…실종된 소대장과 병사 세 명은 미처 군화도 벗지 못한 상태라 필사적인 노력도 빛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들이 소속된 JSA 한국군 경비대대는 지난해 7월에 창설됐으며, 우수 인력들이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 평소 장병들의 자부심과 단결력이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고는 너무나 애석한 일이다.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기만 하다. 더구나 실종된 두 병사는 전역을 한두 달 남겨 두고 있으며 소대장도 임무가 한 달 정도 남은 경우여서 더욱 안타깝게 한다. 한편 이번의 '공동 전우애'가 근래에 군 기강 해이 등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나 사고들이 잇따른 사실을 떠올린다면 대조적인 드라마가 아닐 수 없으며, '참군인'의 모습을 생각해 보게도 한다.

○…우리는 지금 정의보다는 비리가, 남보다 내가 먼저, 사람보다는 돈이 우선이며, 그 때문에 희망보다는 절망이 커지는 세상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래위 할 것 없이 잘되면 '내 탓'이요, 잘못되면 '남의 탓'인 이 삭막하고 험한 세상에 남을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는다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희생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번 이들의 전우애 발로와 고귀한 희생이 제발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고개를 숙인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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