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前장관, 녹취록 알았다"

입력 2005-07-27 10:18:17

MBC에 도청 테이프와 옛 안기부 내부 보고문건을 넘겨준 것으로 알려진 재미교포 박 모씨는 26일 "지난 99년 안기부에서 해직당한공모씨와 안모씨로부터 복직을 위해 힘써달라는 요구와 함께 문제의 도청 테이프와 문건 등을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으로 출국하려다 인천공항에서 관계당국에 의해 출국을 저지당한 박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공씨 등이) 인사청탁을 원했던 것이다. 정치인을 움직이려면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정보를 주고 받아야 하지 않느냐"면서 테이프 입수 경위등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박 씨는 "삼성을 찾아간 것은 맞지만 돈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국익을 위해 방송사에 전달했던 것"이라며 "내가 'MBC에 이걸 기사화할 수 있겠느냐'고 먼저 준 것이다. 거래? 자꾸 그런 질문하지 말아라"며 삼성을 상대로 한 협박과 함께 거액의금품을 요구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박지원씨도 5년전 이 문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공씨와 함께 박지원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집무실로 홍석현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관련 녹취록을 들고갔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장관을 찾아간 이유에 대해서는 "박지원씨 정도면 복직에 어떤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고, 홍석현씨 관련 녹취록을 갖고 갔던 것에 대해서는 "당시 중앙일보와 박 장관과의 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당시 중앙일보에서는 박지원씨 하고 자질 문제라던가…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박 장관에게 전하자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며 " 테이프도 보자고 했으나 나중에 주겠다고 한 후 안 줬다"고 말했다.

당시 자신을 감시하던 삼성 직원이 박 전 장관 집무실까지 뒤쫓아왔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은 "취재에 전혀 응하지 않겠으니 도와달라. 사업권을 주거나 복직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MBC의 박씨 인터뷰는 이날 오전 미국 시카고로 출국하려던 박씨가 출국 저지를 당한 후 국정원 직원에게 인계되기 직전 이뤄졌다.

MBC측은 인터뷰 배경에 대해 "전날 밤 박씨가 미국으로 떠난다는 것을 알고 긴급 편집회의에서 동승 취재가 결정됐다"며 박씨의 소재를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항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MBC 보도국 관계자는 "박씨 인터뷰가 별도로 이뤄지지 않아 추가 취재를 위해소재를 파악중이었다. 그러다 어제 이 사실을 알게 됐고, 비행기에 동승해 인터뷰를하려다 박씨가 출국 저지당하면서 공항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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