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硏究費가 '눈먼 돈' 돼서야

입력 2005-07-26 11:56:12

우리 사회의 귀감이 돼야 할 대학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고, 자주 지탄의 대상까지 된다면 슬픈 일이다. 학문 증진과 후학 양성을 위해 소중하게 쓰여야 할 소중한 돈이 예사로 '눈먼 돈'이 돼 버린다면 더더욱 그렇다.

최근 서울대 공대 교수 2명이 연구비 횡령 혐의로 잇따라 구속된 데 이어 또 학장 등 4명이 보직을 내놓고, 8명의 교수가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연구비 비리 사건은 잊어버릴 만하면 터져 이젠 '운 나쁜 교수들이 걸려드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더구나 이번 사건이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대학원생이 인건비를 제대로 못 받아 부패방지위원회에 고발한 데서 비롯됐다니 기가 찬다. 학생의 눈에 비친 스승의 위신이 말이 아니며, 진리 추구의 전당에 돈의 악취가 풍기고 있다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제자가 스승을 고발까지 했겠느냐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스승과 제자 사이의 도리나 사도(師道)도 딱하기 그지없다.

이번 사건은 게다가 연구비 횡령이 일부 교수뿐 아니라 대학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오고 있으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떨치지 못하게 한다. 검찰 관계자가 이번에 연루된 교수 전원을 사법 처리할 경우 학교가 살아남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지만, 비단 서울대만의 일일까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참담할 지경이다.

사회 정의를 부르짖고 모범을 보이며 미래의 인재를 양성해야 할 교수들이 학자적 양심을 포기하고 개인 이익이나 챙긴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런 스승을 둔 학생들이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가질지도 의문이다. 대학 사회의 자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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