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부 폭염 '몸살'…라스베이거스 47.2도

입력 2005-07-26 10:57:58

연일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미국 서부 내륙 지방을 달구고 있는 가운데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한낮 기온이 기록적인 수준인 섭씨 47.2도(화씨 117도)까지 치솟았다.

라스베이거스는 원래 다른 지역에 비해 뜨거운 여름으로 소문난 곳이지만 올 여름 더위는 더욱 극성스럽다고 주민들은 불평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1942년 세운 사상 최고기온과 똑같은 수준인 섭씨 47.2도까지 기온이 올라갔다.

라스베이거스 당국은 10명의 주민이 더위와 관련돼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인근 애리조나주에서도 주로 노숙자들을 포함해 21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라스베이거스의 건설현장 전기기사인 데일 커리(56)는 몇시간째 오븐 속에서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는 추수감사절의 칠면조가 된 느낌이라며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휴식을 취하지만 너무 고통스럽고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외출을 해야 하는 주민들은 에어컨을 켠 집에서, 에어컨을 켠 자동차로, 다시 에어컨을 켠 상점이나 사무실로 이동하며 온종일 에어컨 속에서 산다.

공원은 해질녘까지 개미 한 마리 보기 힘들 정도로 텅 빈 상태이고 건설현장 근로자들은 더위를 피해 작업시간을 저녁으로 옮겼다.

자동차 핸들은 손에 쥐기가 힘들 정도로 뜨겁고 보도 역시 발이 닿으면 데일 정도다.

수영장조차 폭염 속에 사우나탕이 돼 버려 더위를 식히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민들은 호소하고 있다.

3월에 캘리포니아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이사온 자동차 딜러 다넬 뉴먼은 라스베이거스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도시라며 "이런 더위는 처음이며 거의 열사병에 걸릴지경"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 등 서부 내륙 지역에서는지난달 말부터 시작돼 거의 3주 이상 계속되는 폭염으로 연일 사망자들이 속출하는 실정이다.(연합)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