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族閥 경영' 재벌 체제 개혁 시급하다

입력 2005-07-25 11:44:01

삼성그룹 최고위층의 기아차 인수 공작과 오너 형제간 골육상잔이 벌어지고 있는 두산그룹 사태 등 재벌들의 '족벌 경영'체제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재벌들의 윤리 경영과 투명 경영 선언이 양두구육(羊頭狗肉)임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재벌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한 사회적 현안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우리 재벌 그룹들은 계열사 간 과도한 순환 출자 등으로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재벌 총수 일가는 수십 개에 이르는 그룹 계열사의 경영권을 휘두르고 있으나 그들의 지분은 미미하다. 상호 출자 제한 대상 국내 38개 그룹의 총수 일가 지분은 평균 4.94%에 불과하다.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의 경우 계열사 간 순환 출자 등을 통해 4.41%의 지분으로 31.13%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재계 서열 10위인 두산도 박용성 회장 일가는 5.78%의 지분으로 57.36%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재벌의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는 총수 일가의 전횡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최근 MBC는 '국가 파산'을 부른 초유의 외환위기도 삼성의 기아차 인수 공작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도했다. 당시 기아차 관계자들은 삼성 금융 계열사들이 대출금 5천억 원을 갑자기 회수하는 바람에 재정난에 봉착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심증만 있었을 뿐 '물증'은 없었다. 이번 MBC 보도는 기아차 인수를 위한 '삼성 음모론'의 실체를 일부 밝힌 셈이다.

기아차 사태는 외환위기의 도화선이었다. 이처럼 재벌들의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는 책임 경영을 저해할 뿐 아니라 나라 경제까지 위기를 초래한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을 하도록 재벌 체제를 시급히 개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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