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으로 계산해 사고 팔아요

입력 2005-07-25 10:55:22

"까미가게에는 100, 200, 500, 700품 등 다양한 물건이 있습니다."

23일 오후 5시30분 달서구 본동종합사회복지관 2층 늘품 나눔장터. 이번 나눔장터는 본동복지관에서 노동력, 물건을 '품'이라는 가상화폐단위를 이용, 서로 교환하는 형태로 만든 늘품 회원들의 만남의 장이다. 어머니와 함께 온 오승아(9·파호초교 2년)양은 집에서 가져온 인형, 장난감, 게임 CD 등 1만 품가량의 물건을 진열대 위에 놓고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까미'라는 가게이름은 어머니의 이름 '광미'에서 딴 별명을 붙인 것.

오양은 물건을 많이 팔지 못했다. 하지만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통장에 '품' 단위로 뭘 팔았는지 기록하고 다른 곳에 가서는 자신이 필요한 그림책을 샀다. 어머니 최광미(36·달서구 호산동)씨는 "딸이 직접 물건을 사고 파는 법을 배우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나누는 아름다운 마음을 갖도록 해주는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박옥정(14·송현여중 2년)양은 '늘품' 회원 중 가장 활발히 거래하고 봉사한다. 지난 7월 초부터 거래한 금액은 8만7천300품. 자신이 입던 헌 옷 등을 팔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 얻은 봉사 '품'이 합해진 것. '신화창조'라는 이름으로 물건을 팔고 있는 박양은 "영어과목을 잘 못해 고민이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10만 품을 얻어 과외교사를 구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회원 300명 중 100여 명이 와서 50건 이상의 거래가 이뤄졌으며 각자의 늘품통장에는 거래실적이 쌓였다. 또 꼭 필요한 물품이 있거나 과외, 전문기술 등을 배우고 싶어하는 회원들은 장터 게시판과 홈페이지에 적어두면 도움을 줄 수 있는 회원들이 직접 연락해 '품'을 받고 도와준다.

늘품 회원 중에는 삼오푸드 등 10개 업체도 참가했다. 삼오푸드는 김치 등 밑반찬 시식코너를 마련하고 필요한 회원들을 상대로 품을 받고 반찬을 나눠줬다.

본동복지관 서유미 사회복지사는 "영구임대 아파트에 나눔 공동체가 생김으로 인해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으며 어려운 사람끼리 서로 돕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며 "지역에서 처음 시도되는 나눔 네트워크 '늘품'에 더 많은 회원들이 참가해 나눔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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