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마을 숨통조이는 높은 고속도로

입력 2005-07-25 10:59:18

200여 가구 500여 명이 모여 사는 김천시 신음동 속칭 부거리 마을. 마을 앞쪽으로 경부고속도로 6차로 확장공사가 한창이어서 주변이 어수선하다.

마을 앞을 지나는 100여m 도로 구간은 지난 1970년 개통 때부터 높이 20여m로 높게 성토돼 마을쪽에서 볼 때 거대한 둑을 연상케 한다. 마을 숨통을 조인다는 주민들의 하소연을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최근 한국도로공사가 확장공사를 하면서 이 구간을 4m 이상 더 높이려 하자 주민들이 "이젠 더 이상 못 참겠다"며 35년 동안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주민들은 이 구간을 교각으로 설치해 줄것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지난 23일 마을 어귀 정자나무 아래에서 만난 주민들은 고속도로 이야기가 나오자 "더 이상은 이대로 살 수 없다"며 이구동성이었다. 강상래(66)씨는 "35년 전 고속도로가 없었을 땐 마을 앞으로 직지천이 훤히 보여 마을 경관이 아주 좋았는데 고속도로가 높게 들어서면서 6대조부터 살아온 마을을 완전히 망가뜨려 버렸다. 가뜩이나 높은 도로를 5m 정도 더 높이면 답답해서 어떻게 살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도로를 더 높이면서 주민 설명회는 한 번도 없었다"며 탁상행정으로 일관한 시행처를 비난했다.

최석구(50)씨는 "마을 조망권을 침해하는 고속도로 때문에 땅값에도 영향을 미쳐 사유재산권 피해가 적잖다"고 푸념했다. 박여범(54)씨는 "마을 앞 김천~상주 경북선 철도 가도교도 폭이 3.5m로 좁아 교통체증 및 사고 위험이 높아 이래저래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교각 설치 건의서를 건설교통부 등에 냈고 집회신고도 해 둬 상황에 따라 집단움직임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110여 가구 주민이 모여 사는 김천시 남면 부상1리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을 앞으로 20~25m 높이의 현풍 간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마을 뒤쪽으로는 5m 높이로 대구 간 4차로 국도가 각각 신설되면서 마을이 육지섬처럼 변해 버렸다. 마을 앞 산쪽에서 내려다 본 마을의 모습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주민들은 '높은 도로가 마을 숨통을 조인다'며 지난해 봄부터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에 교각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국도 공사는 요구가 다소 반영된 반면 고속도로는 지난해 말부터 공사만 중단됐을 뿐 아직 해결점을 못찾고 있다.

이 마을 김성복(59) 반대추진위원장은 "공사에 따른 분진·소음 등 피해는 차치하고 높은 도로가 성벽처럼 마을 앞뒤를 가로막아 조망권 등 각종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남일(51) 이장은 "마을이 육지섬이 된 탓인지 올 여름은 더 더운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사진-김천시 신음동 속칭 부거리 마을 앞을 경부고속도로가 둑처럼 높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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