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김선아는 울고 있었다. '김삼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MBC TV '내 이름은 김삼순'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 21일, 김선아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전화가 연결됐을 때 "지금은 도저히 말을 못하겠다. 감정을 추스른 다음에 다시 통화하자"던 김선아는 이어 밤 12시 30분부터 시작된 전화 인터뷰에서 '김삼순'으로 살아온 지난 두달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자타공인 프로 근성의 소유자인 김선아는 최악의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40분가량 이어지는 인터뷰를 유머와 감동으로 이끌었다.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을 줄 알았는데.
▶오후 6시에 마지막 장면을 찍었는데, 그때부터 눈물이 나오기 시작하더라. 오후 6시 30분에 방송 인터뷰하고, 집에 돌아와 마지막 회를 봤다. 거의 반나절 동안 울었더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냈다.
▶경기도 용인의 집을 비운 지 두달이 넘어간다. 도저히 시간이 안 나서, 지난 5월 드라마 촬영장 근처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오피스텔을 하나 얻었다. 방 한칸짜리에서 코디네이터와 복닥거리면서 두달여를 보냈다. 3~4일 동안 의정부 세트장에서 샤워만 하고 버티기를 밥 먹듯 했다.
-당신을 한국의 르네 젤위거라고 부른다.
▶하하. 감사할 뿐이다. 스타일리스트 언니들이 예쁜 옷을 매회 수십벌씩 협찬을 받아다 줬지만, 주로 바지 두벌을 계속 번갈아 가면서 입었다. 운동화 세켤레, 티셔츠 몇벌이 기본 '교복'이었다. 립글로스만 한 맨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삼순이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중반 이후, 머리 스타일도 세련되게 바꾸고 치마도 화려하게 입을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삼순이답지 않은 듯해서 과감히 포기했다.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결론을 예상했는데, 의외다.
▶3일 전에 대본을 받았다. 사랑도, 일에도 충실한 삼순이.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간다는 결론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우리 드라마의 최대 매력은 리얼리티 아닌가. 아, 마지막 키스신은 원 대본엔 없었고, 현장에서 나의 아이디어로 이뤄진 것이다.
-실제로 삼순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절대 진헌이와 이뤄지지 못했다. 혼자서 속앓이 하고 말았지, 먼저 내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밝고 활동적이고 솔직한 성격은 나랑 비슷하지만, 난 삼순이처럼 절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성격은 못된다.
-당신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다. 하물며(?) 인터뷰도 최선을 다하지 않느냐. 하하.
▶꽂히면 미친 듯이 뛴다. 안 꽂히면 죽었다 깨도 못한다. 솔직히 드라마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 주위에서 많이 말렸다. 충무로에서 제자리를 잡았는데, 드라마 한편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라는 점도 부담이 됐다. 그러나 김윤철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이번에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했다던데.
▶스태프들 덕분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아예 등을 바닥에 붙여보지도 못했는데, 항상 나를 먼저 챙겨줬다. 촬영이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 배우들 단합대회를 마련해 달라고 김감독님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촬영 시작 전 한달 반 동안 감독님을 매주 한번씩 만났다. 감독님과 매번 열심히 토론하고, 고민도 많이 했다. 스케줄은 빡빡했지만, 영화 찍는 듯 사전에 동료 배우, 감독들과 최대한 교감을 나누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큰 소득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삼순이를 통해 울고 웃으면서 나 또한 키가 한뼘쯤 큰 듯하다.
-주위 반응은.
▶엄마가 방금 전에 울면서 전화하셨더라. 고생 많이 했다고. 남자친구 축하 전화도 받았다. 장하다고 하더라.
-이후 계획은.
▶토요일부터 자유다. 엄마, 이모랑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 다음엔 무조건 쉴 거다. 물론 그간 소홀히 했던 남자친구도 자주 만나야겠다. ㅎ ㅎ.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 no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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