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대선 안기부 盜聽파문/대기업 임원-신문사 간부 대화 내용

입력 2005-07-22 10:27:38

"유력 후보 30억 요구…몰래 건넬 일 걱정"

KBS '뉴스9'이 97년 대선 당시 안기부 불법도청테이프와 관련해 21일 상당히 구체적인 테이프 내용을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당초 이를 전격적으로 방송하기로 해 관심을 모았던 MBC보다 더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은 주요 보도내용.

▲개요 = 97년 대선 직전 모 대기업 고위임원과 한 중앙일간지 고위인사가 한 음식점에서 비밀리에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던 대선 후보들에 대한 자금전달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당시 안기부의 비밀 도청팀이 은밀한 장소에서 이들의 대화 내용을 송두리째 도청했다.

▲대선자금 전달자 지정 = 기업 총수의 지시에 따라 자금 전달자가 직접 지정됐다. 총수는 유력한 모 후보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을 통하지 말고 중앙일간지 고위인사가 직접 전하라고 지시했다.

유력 후보였던 모 후보는 이 기업에 30억 원을 요구했고, 또 다른 모 후보는 10억 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기업은 유력 후보에게 먼저 대선 자금을 줄 것을 논의한다.

▲대선자금 전달 = 두 사람은 15억 원을 운반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30억 원은 무겁다며 후보의 동생에게 건네는 장소로 백화점 지하주차장을 정했다. 중앙일간지 고위인사는 보안을 강조하며 모 후보는 보안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선거 개입 = 대기업 고위임원은 지금 분위기에서 모 후보가 안 될 것 같다고 걱정하자 일간지 인사도 이에 동조한다. 일간지 인사는 모 후보 측에 합류한 사람을 통해 18억 원을 전달했다.

그는 이어 돈을 주는 데 왜 돈이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돈만 탈탈터는 모양이라며 불평했다. 노조가 XX에 아부해봤자 소용없다며 확실히 보수편에 서야 한다는 충고도 모 후보에게 했다고 밝혔다. 당의 경선 과정에서 몇몇 후보들에게 돈을 줬으며 이는 선거구에 대한 관리 차원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자동차 기업 인수 = 일간지 고위인사는 A자동차를 해당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한 뒤 정치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기업 고위인사에게 제시했다. 집권당 실세가 이 기업이 갖고 있는 복안을 당당하게 공론화시켜주면 당내 정책위에서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말을 대기업 고위인사에게 전했다.

▲정치인 불법자금과 주요 정보 제공 = 대기업 고위인사는 모 의원도 좀 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중앙일간지 고위인사는 조금 하시는 게 좋을 것이라며 5천만 원만 보내주라고 했다. 일간지 고위인사는 자신의 종친회에서 모 의원도 돈 문제로 불평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YS임기 중에 김현철을 제외한 전원을 석방할 것이라는 점을 회장께 보고하라며 각종 정보를 제공했다.

이어 경쟁 언론사 동향도 전달했다. 특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건강문제를 치고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밝혔다.

(연합)

최신 기사